<7년 만의 외출 예고편>
1955년 개봉한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먼로는 지하철 통풍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이는 자신의 치마를 붙잡으며 활짝 웃습니다.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유명한 장면입니다. 이 모습을 토대로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소양강 변에 먼로 동상을 세웠습니다. 1954년 먼로가 인제 미군부대를 찾아 위문공연을 했다는게 이유입니다.
◆마릴린 먼로는 1954년 2월 16일 여의도 공항에 내렸다
이쯤 되면 동상 건립 소식보다 먼로가 한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 궁금합니다.
1954년 2월 16일 여의도 비행장에 금발 머리에 환한 웃음을 가진 먼로가 내렸고 4일 후 한국을 떠났습니다. 먼로가 한국에 온 시기는 가장 행복했을 신혼여행 기간이었습니다. 먼로의 피앙세는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타자 조 디마지오였습니다.
이들은 신혼여행지로 일본을 택합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야구 구단의 초청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신혼의 즐거움을 즐기던 부부는 미군 측으로부터 유엔군 위문 공연 요청을 받습니다. 위문공연 장소는 한국이었습니다. 1954년 당시 한국은 한국전쟁 휴전의 여파로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런 곳에 먼로가 방문한다는 사실은 미군은 물론 한국 언론도 깜짝 놀랄 일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당시 일을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미모의 여왕을 직접 눈앞에 보고자 비행장에 모여든 약 6백여명에 달하는 사병들의 흥분된 모습은 근래에 보기 드문 장관을 이루었다. 군복을 입었으나 와이셔츠 단추를 절반이나 끼지 않고 젖가슴이 보일랑말랑 하는 것이 사병들의 흥분을 더욱 돋우는 것 같았다. 마릴린 먼로 여사가 전선으로 가기 위하여 미리 준비된 헬리콥터에 올라타자 기대에 어그러진 사병들은 "언제 다시 서울로 돌아오느냐"고 묻자 "곧 돌아오겠다"고 마치 어머니가 어린애를 달래는 것 같이 애교를 부렸다. 먼로 여사는 앞으로 4일간 한국에 체류할 것이다." (1954년 2월 18일자 조선일보)
그녀의 자서전 <마이 스토리>에는 한국 방문과 관련해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 2월에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스타였던 조 디마지오와 신혼여행차 일본으로 갔지만, 첫날밤을 치르지도 않고 한국으로 건너가 한국전쟁 참전 미군을 위한 위문공연을 했다."라고 쓰여 있기도 합니다. 디마지오는 일본에 있었고 먼로만 한국에 온 것이지요.
한국땅을 밟은 먼로는 전쟁에 지친 미군을 위해 10차례 위문 공연을 했습니다. 위문공연 당시 먼로는 무대 공포증이 있었지만, 무대 위에 섰을 때 두려움을 잊었다고 하죠.
"(한국 여행)나에게 일어난 최고의 일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스타라고 느껴본 적이 결코 없었어요. 하지만 무대 위에서 나를 보며 환호하는 관중을 보는 것은 너무 멋졌습니다." 먼로의 후일담입니다. 그녀에게 한국에서의 시간은 정말 특별했을지 모릅니다.
◆ 위문공연 온걸로 동상 만드는 것은 억지?!
먼로의 한국 방문 배경을 바탕으로 기념물을 만드는 것은 억지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황평우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은 페이스북에 먼로의 동상 사진을 올리며 "강원도 인제 천변에 마릴린 먼로의 야한 동상이 세워졌다고 후배가 사진을 보냈다."면서 "먼로가 강원도 인제의 미군기지 위문공연을 기념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먼로는 강원도 인제에 온것이 아니라 단지 미군기지 하나에 온것뿐이다. 이런 것을 기념이라고 여기는 설치자들의 수준이 놀랍다."고 비판했습니다.
네티즌의 반응도 '기념하는 이유가 너무 궁색하다.', '쓸데없는데 돈 쓰네', '소양강에 웬 서양 no처녀?' '세울 수 있지..', '누가 보면 먼로가 인제 출신인 줄 알겠다.' 등 설왕설래. 참고로 해당 동상을 제작하고 설치하는데 5500만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또 많은 이들은 먼로를 섹시 심볼로 기억하지만, 그는 난해한 책을 달달 외며 지적 탐색을 즐겼던 독서광이었다고 하네요.
한편, 미국 IT매체 '매셔블(mashable)'는 한국 방문 당시 먼로의 모습을 담은 사진 12장을 공개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며 당시 분위기를 느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