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 3일 서울 소재 ㅎ대학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예약시간보다 10분 일찍 대기실에 도착했다. 30분을 기다리다 진료실에 들어갔다. 검사를 위해 상의와 하의 모두를 탈의 한 채 십 여분 홀로 진료실에 있었다. 병원에 온지 한 시간 후 의사를 만났다. 진료에는 5분이 걸렸다. 1년 반 동안 수술을 비롯해 5번 모두 같은 특진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다. 특진교수의 휴직으로 예약시간 변경을 요청하는 문자를 2번 받았다. 보통 30분에서 15분을 기다려도 담당의를 5분, 가끔은 10분 마주했다. 수술에 대한 안내도 간호사에게 더 많은 설명을 들었다. 동네의원에서 보다 적은 진료비로 의사와 10분 이상 자세히 이야기 했던 것과 달랐다.
▲ 33초짜리 진료
환자들의 체감진료시간이 진료만족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환자들이 2곳 이상의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2016)한국과 유럽연합의 국민을 대상으로 각 국가의 의사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한국은 "확신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2.4%를 차지한 반면 유럽은 28%로 조사됐다.
D씨는 “5분 만에 올바른 의학적 판단을 이뤄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며 “일반의에 비해 전문성 높아(특임교수에게) 느끼는 만족감보다 권위적인 태도 때문에 대략 8분정도였던 진료시간 내내 짜증 났다”고 토로했다. D씨는 “(진료내용을)신뢰하기 어려워 불안했다”며 “다른 병원을 더 알아보아야 했다”고 말했다. B씨는 “동네병원도 그러지 않냐”며 “ㄱ대학병원에 안과에 3시에 예약을 했는데 5시에 (의사를) 봤는데 진료에는 딱 3분이 걸렸다”고 답변했다. C씨는 “들어가기 전에 위축 된다”며 “(내원이유와 관련해)더 물어보고 싶은데 무언의 압박(시간을 끌지 말라는)이 느껴질 때가 있다”고 답했다. 북경에서 대학을 졸업한 C씨는 “중국이 한국보다 진료시간이 길었다”며 “(한국은) 병원 갈 때마다 무섭다”고 덧붙였다.
▲ 의사-환자 윈윈 방안 필요
선진국의 일반의사(GP)의 평균 진료시간은 약15분이다. 네덜란드에서 병원을 이용했다는 E씨는 “제너럴닥터(의사)가 법정진료 시간이 15분인데 중간에 전화를 받아 미안하다”며 “기껏해야 2초 통화한 것 같은데 더 설명해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는데 놀랬다”고 말했다. C씨는 “비용이 높았지만 중국의 프라이빗(개인)병원이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중국의 비영리 의료기관은 국가의 가격 통제를 받는다. 반면 영리 의료기관은 제한이나 규정이 없어 진료 수가(의사 등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으로부터 받는 돈)를 자율적으로 정한다.
우리나라는 진료시간에 상관없이 의료 기관의 규모별로 일정액의 진료비를 받는 구조다. 진료시간이 늘어나면 진료 할 수 있는 환자 수가 줄어든다. 이는 의료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의료계에서 적절한 수가 보상 없이는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연유다. 이에 진료시간을 늘리기 위해 수가 적정화와 아울러 명확한 평가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지난 9월 ‘30분대기 3분 진료’공식을 깨기 위해 중증환자나 희귀 질환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15분 심층진료를 신설했다. 심층 진료는 시간을 15분으로 늘린 만큼 의료 수가를 현재의 4배 수준인 9만~10만원으로 높일 예정이다. 낮은 의료 수가 환자부담은 일반 외래 보다 많은 2~3만원 수준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조한진 행정사무관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진행 중인 ‘15분 진료’중심으로 (이 제도에 대한) 용역 연구와 모델링을 통해 구체화 시킬 예정이다”면서 “본격적인 시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가를 올린만큼 15분 진료의 핵심인 '시간체크'를 의료계 자율로 두는 것에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는 지적에 “진료예약을 15분 단위로 받아놓고 이를 의도적으로 단축해 휴식시간을 가질 의사는 없다고 생각 한다”며 “아직 시범단계에 있는 정책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