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양시외버스터미널 역사 속으로 사라져

2017-10-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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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일 폐쇄...임시 터미널 설치·운영

언양시외버스터미널 전경. [사진=연합뉴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헌양길 7번지에 위치한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이 11월 1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과 언양, 김해, 포항, 경주 등 9개 노선에 하루 1500~2000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있는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은 1986년 1월 자동차 정류장으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은 뒤 1989년 실시 계획 인가와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았다. 그러나 허가 당시 도면대로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993년 한차례 준공계가 반려됐고, 이후 터미널 운영사가 바뀌면서 지금까지 미 준공 상태로 임시 사용돼 왔다.
이후 과거 경남버스가 운영하던 이 부지를 현 사업자인 가현산업개발이 2009년 52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하루 승객이 5000~6000명으로 성황을 이뤘지만 최근까지 매달 4000만 원 이상의 만성적 적자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새로운 터미널로의 이전도 무산되자 이번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사업자 측은 "KTX 울산역 및 자가용 차량이 증가하면서 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수가 감소함에 따라 늘어나는 은행 빚을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31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1일부터 언양시외터미널을 폐쇄하고 임시 터미널을 설치·운영키로 했다.

임시 터미널의 운영은 울산시설공단이 언양 공영주차장 부지에 마련된 언양 임시 시외버스터미널을 수탁 받아 맡는다.

시는 앞서 사업자의 폐업 신청을 시민 불편을 이유로 한차례 불허했지만 승객 불편이 늘어나는 데 따른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터미널은 현재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쪽으로 250m 떨어진 언양공영주차장에 컨테이너 4개 동에 총면적 7300㎡다.

올 10월 초 당시 행정기관과 터미널 사업자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샅바싸움'이 한 차례 벌어졌다. 이유는 터미널 부지 미 준공 여부였다.

전체 부지 4950㎡ 가운데 3643㎡은 매입했지만 나머지는 매입하지 못해 현재까지 준공 대신 임시 사용형태로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는 "지가가 상승해 지주들도 (매입) 협상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서 "임시 사용 승인을 받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지난 30년간 미준공 상태로 운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해온 행정당국의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 최모씨(59)는 "지금까지 행정당국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진작에 부지를 설정해 이전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폐쇄되지 않았다"고 고함쳤다.

현재 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이 하루 평균 670명 수준이어서 터미널을 새로 지어 운영하기에는 경영상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울산시는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내 버스 차고지와 복합상가 등을 함께 갖춘 시외버스터미널 설치를 구상하고 있다"면서 "임시 터미널은 1년 정도 운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터미널 옆 A커피숍 사장은 "언양 시가지 한복판에 위치해 교통정체의 원인으로 작용되는 낡고 좁은 터미널을 이전하기 위해선 행정적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언양알프스시장 언저리에서 조그만 매대에 과일을 얹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60대 할머니는 "25년을 여기서 장사를 했어. 해결이 잘됐으면 했는데 이유야 어쨌던 터미널이 사라지는 게 못 마땅하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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