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을 보유한 전 세계 도시들이 '천년고도' 경주에 모인다.
제14회 세계유산도시기구(OWHC) 세계총회가 31일부터 새달 3일까지 나흘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개최된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처음 열리는 행사다.
개막식은 31일 오후 5시 최근 10여년에 걸친 복원작업을 끝낸 월정교 야외 특설무대에서 회의 참가자와 일반 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월정교는 신라왕경 8대사업의 첫 번째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로, 신라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을 담은 장소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을 배경으로 펼쳐질 미디어 파사드쇼는 이 이야기를 토대로 서정적이면서도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알려져 참가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라고취대 공연, 줄타기, 퓨전 국악 비보잉 퍼포먼스 등도 개막식에서 만날 수 있다.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는 학술대회에서는 마이클 터너 유네스코(UNESCO) 석좌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고,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문화고문 등 문화유산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리처드 매카이 교수가 좌장 역할을 한다. 이들 외에도 건축물·문화유산 전문가인 에일린 울바실리 박사, 네델란드 에인트호번 대학의 아나 페리이라 로더스 박사 등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학술회의와 워크숍을 진행한다.
학술대회는 문화유산 관리와 지역사회의 참여방안, 문화유산을 활용한 지역사회 발전 지원 모형 등 세계유산과 시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계유산도시의 발전적인 내일을 모색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본 회의 외에도 참가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특히 디지털헤리티지 특별전은 가상현실로 세계유산을 볼 수 있게 한 것으로, '고행하는 부처상'을 비롯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베트남의 '후에 황성',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페루 '마추픽추' 등 유명 세계유산을 최첨단 IT기술로 재현했다. 또 행사장 1층에 마련된 회원도시 홍보관에선 세계유산도시 홍보부스와 아태지역 초청 전통예술공연단의 민속공연, 명사들의 토크콘서트, 신라복 체험, 리사이클링 아트전 등이 진행된다.
1993년 모로코 페즈에서 처음 결성된 세계유산도시기구는 캐나다 퀘벡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들의 국제 협의체로, 300여 도시가 회원으로 가입한 비정부 기구이다. 석굴암·불국사지구·양동마을 등 3곳의 세계유산을 보유한 경주는 2015년 10월 페루 아레키파 총회에서 스페인 코르도바, 멕시코 올란도 등 경쟁도시를 누르고 차기 총회 개최지로 결정됐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지난 2년간 세계유산도시기구 이사회에 참석해 경주시의 역량을 어필하고, 회원 도시들의 세계총회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신뢰를 쌓아왔다"며 "한국의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