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Peer to Peer)' 누적상환액 1000억원 돌파의 경우 그저 사업을 먼저 시작해 달성한 것일 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이제껏 그랬듯 연체나 부실 없이 사업을 진행해 건전한 P2P 산업 확대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P2P 금융 플랫폼 '테라펀딩'의 양태영 대표는 누적상환액 1000억원 돌파 축하 인사에 이렇게 답했다. 대출액이 아닌 상환액 1000억원 돌파는 P2P 업계에서 테라펀딩이 최초다.
P2P 대출이란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개인과 개인이 돈을 빌리는 직거래 형태의 대출을 뜻한다. 테라펀딩과 같은 P2P 플랫폼이 다수의 투자자를 모집하면, 대출자가 납부한 이자를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최근 P2P가 투자 시장에서 각광받는 것은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투자 기간이 짧다는 이점이 있어서다. 특히 테라펀딩처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로 취급하는 업체의 경우 채권 연체나 부도 시 경매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루트가 마련돼 있다.
양 대표는 "P2P 상품은 분산투자를 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부동산 PF를 원활히 다룰 수 있는 역량과 자금 관리가 뒷받침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 "업체가 단순히 P2P 중개에만 그치지 않고 투자자를 위한 컨설턴트 역할을 겸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며 "최근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원한다 해서 수익률 높은 물건 투자만 소개시켜주는 업체들이 종종 있는데, 만약 부실사고가 터질 경우 투자자들은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리스크 필터링까지 하는 것이 P2P 업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테라펀딩의 경우 부동산 전문가들이 물건 관련 프로젝트의 향후 성공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 심사에 나서며, 대출자의 대환 능력도 꼼꼼히 체크한다"며 "최대한 전용면적 85㎡ 이하의 아파트, 빌라 등 주택물건을 취급하려 하는 편이다. 부실로 인해 경매로 넘어간다 해도 이들 물건은 실수요층에게 인기가 있어,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테라펀딩이지만 정작 양 대표는 향후 P2P 전망에 대해 그리 밝지 않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세부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아쉽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올해 5월부터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도입, 개인투자자의 연간 투자액수를 건당 500만원, 중개업체당 1000만원으로 제한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이같은 가이드라인의 도입 취지에 대해 투자자를 보호해 P2P 관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양태영 대표는 "금융당국이 P2P 시장에 규제를 가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 투자자들이 P2P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특히 정부가 집중투자를 방지하고 분산시키는 방법을 유도하는 것도 투자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문제는 금융당국이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1000만원이라는 일률적 규제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의 자산 상태를 감안한 한도가 제시되지 못한 셈"이라며 "연초만 해도 P2P가 빠르게 투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일괄 규제 이후 성장 흐름이 다소 꺾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투자 산업의 핵심인 기관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아 시장 파이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또 상황이 악화될 경우 업체들이 무리한 고수익으로 현혹해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시장의 규모가 커진 상태에서 규제가 가해지거나, 규제의 세밀한 가이드라인이 잡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양태영 대표는 테라펀딩의 사명에 담긴 '테라(1조)' 수준의 누적대출 상환액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앞으로 P2P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요령 없이, 투자자들의 손실 없이 시장의 파이를 늘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강구하겠다고 다짐했다.
양태영 대표는 "앞으로도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사이의 중금리를 원하는 수요층을 위해 연체나 부도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할 것"이라고 밝힌 뒤 "그러다 보면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도 늘 것이고 자연히 누적대출 상환액도 1조를 넘기는 순간이 오지 않겠느냐"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