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적절한 운영으로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4일 실시한 심평원·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는 의료기관 진료에 대한 과도한 규제, 예산 낭비, 개인정보 관리 소홀 등이 문제가 됐다.
병원은 진료비 중 환자본인부담금을 제외한 건강보험부담금을 심평원에 청구하고, 심평원은 진료 적정성을 따져 부담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데, 미지급시 의료기관은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의료계에선 심평원 심사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잦은 진료비 미지급으로 인한 의료기관 진료 위축은 국민 건강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료기관 진료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내부 직원에게는 관대한 조치를 내렸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건보공단과 심평원에서 최근 5년간 공금횡령, 금품수수 등으로 인해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은 임직원은 각각 21명과 4명이었다. 이 직원들에겐 각각 4억5225만원과 1억1333만원의 퇴직금이 지급됐다.
2013년 금품수수로 파면된 한 심평원 직원은 총 7086만원이 넘는 퇴직금을 수령했다. 같은 해 개인정보 관련 징계로 해임된 한 건보공단 직원은 퇴직금으로 6489만원 이상을 받았다.
부적절한 예산 운영도 확인됐다.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심평원이 건강보험재정에서 받은 비용을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반납해야 하는데도 순금융자산 394억원을 쌓아두고 있다며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금으로 과도한 몸집 불리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명연 의원은 심평원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예산 진행률이 70%에 못미치는 심평원 사업이 최근 3년간 9개에 달했다. 실례로 지난해 관서운영비의 경우 579억원 중 172억원이 불용 처리됐다. 김 의원은 무분별한 예산 편성이라고 지적하면서 과도한 예산을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5년간 건강보험료를 잘못 부과해 환급한 금액이 2조2990억원에 달했다. 환급시 지급된 이자와 우편료로 약 290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었다.
개인정보를 활용해 돈장사를 벌인 것도 확인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심평원은 지난 3년간 다수 민간보험사 등에 성별·연령 등이 포함된 약 6400만명분 데이터를 건 당 30만원 수수료를 받고 제공했다. 반면 건보공단은 보험사 요청을 거절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서울대병원장 출신인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시행에 필요한 재원 조달이 건보 누적재정 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