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21일(이하 현지시간) 카탈루냐 정부의 자치권을 몰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치적 불안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카탈루냐주 바르셀로나에서는 분리·독립에 찬성하는 시민 약 45만명이 모여 중앙정부의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BBC 등 외신은 전했다.
◆스페인 정부 "분리독립 주장 자치정부 축출"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가 헌법을 위반하거나 정부에 불복종하는 자치정부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수 있다' 내용을 담은 규정으로 정부의 해산도 여기에 포함된다. 상원은 155조 발동과 관련해 이르면 오는 27일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스페인 집권당인 국민당이 상원에서 과반을 점하고 있는 데다가 사회당 등 주요 야당들도 카탈루냐의 자치 중단에 동의하고 있어 의안 통과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라호이 총리는 "정부는 헌법 155조를 발동해야만 했다. 우리가 원한 것도 아니었으며, 우리가 의도한 것도 아니었다"면서도 "이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민주 국가도 법이 무시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면서 이번 발동의 책임이 전적으로 카탈루냐 지방정부 측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카탈루냐의) 자치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자치정부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목표는 정부를 법률, 헌법, 규정을 무시하는 상황으로 이끌어간 이들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가 독립을 주장해온 카탈루냐 정부 인사들만을 축출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르셀로나서 45만명 참여하는 항의 시위
정부의 초강수 조치가 발표되면서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렸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 등 자치정부 관료들도 참여한 이번 집회는 당초 카탈루냐 독립을 위한 시민단체 지도자인 조르디 산체스와 조르디 키사르트의 석방 촉구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라호이 총리가 중앙정부의 자치권 박탈 조치를 발표하고 6개월 안에 조기 지방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항의를 벌이는 시위로 변했다.
바르셀로나 중심부에서 열린 이번 집회에서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주민들은 독립기인 에스텔라다를 흔들면서 '자유', '독립' 등 구호를 외쳤다고 로이터 등 외신은 전했다.
한편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중앙정부에 맞서 의회 전체회의를 소집해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앞서 중앙정부가 분리독립 여부를 밝히라는 요구하자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중앙 정부가 강압적 태도를 지속할 경우 분리독립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밝혀 정치적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