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통신사에 조회를 해보니 검·경·군에서 내 수행비서의 통신을 조회했다. 이것은 정치사찰이자 정치공작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부·여당에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이 출렁이고 있다.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내건 더불어민주당에 홍 대표가 12일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선제압'용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10일 "공방으로 흐르지 않도록 설명하라"고 나서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민주당은 일단 "6건 중 4건이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의 흑역사를 돌아보라"는 말로 확산을 제지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8월 7일), 육군본부(8월 21일) 두 건의 조회 내역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통신자료 조회내역'으로 '정치사찰' 여부를 알 수 있을까?
즉, 사찰에 해당하는 감청은 수사기관이 실시간으로 통화·문자를 확인하거나 매체에 저장된 정보를 습득하는 일인데, 통신자료 조회로는 '누구와 통화했는지' 등에 관해선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 홍 대표가 공개한 자료 역시 '△주민등록번호 △이동전화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로 인적사항조회가 전부였다. 따라서 홍 대표가 제시한 자료로 '정치사찰' 여부를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軍 통신조회, 기무사에서 조사했다?
홍 대표는 "심지어 군에서도 (조회를) 했다. 기무사일 것이다. 결국은 내가 누구와 통화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며, 8월 21일 육군본부 조회내역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조회내역은 지난 6월 '갑질 논란'을 일으킨 문병호 39사단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 측이 육군 해명자료를 받아본 결과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사찰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 측은 공식배포한 설명자료에서 "문 전 사단장의 비위행위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수행비서 손모씨와 경남 소재 39사단과 업무상 관련이 있으며, 10여차례 통화한 사실이 있어 가입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했을 뿐 민간인 사찰과 전혀 관련이 없다.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없어 별도 추가 조사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감청'의 경우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일이며 수사 이후 당사자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지만, 통신자료 조회내역은 관련법상 수사기관이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합법적이란 뜻이다.
경남지방경찰청도 같은 날 양산경찰서가 지난해 양산시청 모 공무원의 1000만원 뇌물수수 혐의를 잡고 내사를 벌이던 중 피내사자에 대한 영장을 받아 통신사실을 확인하던 중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점을 밝히며,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상대방 번호 내역에 손 씨 번호가 포함돼 확인했을 뿐 정치사찰이 아니다"고 발표했다.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이자 적폐청산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범죄 수사 중 번호가 뜨니까 그 번호가 누군지 알아보고자 인적사항을 조회한 것이다. 통상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와 수차례 통화한 정황이 있을 때 쓰는 수사기법 중 하나"라며 '정치사찰'이 아니라 범죄 가능성에 따른 통신자료 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