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개혁적 성향을 보면 인사권·사법행정권의 일부를 일선 법원과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위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법원장 권한 분산에 대해선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장은 법관 3000여명과 법원공무원 1만5000여명의 임명권과 승진·전보 권한을 갖고 있으며 판사 재임용 여부도 결정한다. 또한 대법관 13명을 임명 제청하고 헌법재판관 3명,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3명, 중앙선거관리위원 3명 등에 대한 지명권도 행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사를 비롯해 조직, 예산, 회계, 시설관리 등 모든 사법행정의 최종 결정권도 대법원장에게 있다. 일부 권한을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등에게 위임할 수는 있지만, 중요한 안건은 대법원장이 대법관회의의 의결을 거쳐 처리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강모 변호사는 "춘천지방법원에서는 판사들이 사무분담이나 재판업무, 형사인지 민사인지 정하는 게 있었다. 그런 건 보통 법원장이 자기 권한이니까 대부분 일방적으로 정한다"면서 "(하지만) 김 후보자는 판사들을 다 모아 놓고 판사회의를 통해서 하라고 권하고 본인은 관여하지 않는 등 사법행정에 있어서 굉장히 열린, 소통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올해 초 법원장과 판사, 언론 등과의 가교 구실을 맡는 '기획·공보법관' 선발 때 법원장이 직접 지명하는 관례를 깨고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뽑도록 했다. 영장 담당 지정, 민·형사 사건 재판부 구성 등의 사무분담도 법원장 개입 없이 판사 토론을 통해 이뤄졌다.
그러나 실제 권한의 분산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등에서 급진적인 개혁안을 내놓을 경우 잔존하는 '기수 위주 서열문화'에 따라 김 후보자가 이를 곧바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는 김모 변호사는 "현재 대법관 13명 가운데 9명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법조계 선배들"이라면서 "대법원장은 대법관 전원협의체를 이끌어가야 하는데 과연 그 많은 선배들을 잘 통합할 수 있을지 여부에 우려감이 든다"고 전했다.
법무법인에 소속된 최모 변호사는 "미국 등 어느 나라를 봐도 기수를 가지고 순차적으로 돼야 한다, 그런 것은 없다. 기수와 무관하게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가지고 동등하게 토론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된다"면서 "검찰의 기수가 엄격하듯 판사계에도 그런 부분이 조금 남아 있는데 속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