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실명제'가 도입된다. '살충제 계란' 사태의 주요 원인인 구멍난 생산·유통시스템을 제대로 손보기 위한 첫 단추다.
계란 실명제가 실시되면 기존 생산지와 생산자만 알 수 있는 난각(계란 껍데기)코드에 △지역 △집하장명 △사육방법(계사 번호·친환경 유무·평사 또는 케이지 사육 방식) △농장주 실명 △산란일자 등이 구체적으로 표기된다.
우선 기존 영문이나 숫자, 한글 등으로 표기된 농장상호(생산자 정보)를 순수 한글로 표기된 농장주 실명으로 대체 표시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른 생산자명은 영문 약자(세 자리) 또는 기호(숫자 세 자리) 등으로 소비자가 알기 어렵게 표기하고 있다.
현 생산자 정보를 농장주 실명으로 단순하게 대체하면 소비자도 생산자 정보를 쉽게 알 수 있고, 통계오류 발생 위험도 거의 없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사육방식도 난각에 표기한다. 여기에는 계사번호와 친환경 유무, 평사(넓은 공간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방식) 또는 케이지 사육 방식 등의 정보가 담긴다.
정부 관계자는 "호주 소비자들은 계란을 고를 때 가장 민감한 정보로 사육방식을 꼽는다"며 "케이지에서 생산한 계란보다 평사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값이 각각 20%, 40% 정도가 더 비싸게 팔린다"고 설명했다.
계사(닭을 키우는 건물) 번호가 표기되면 이력추적에 가까운 시스템을 다는 것과 효과가 비슷하다.
예컨대 한 농가가 5개의 계사를 보유했다면, 각 계사에 번호를 달아 이 농장의 어느 계사에서 생산된 계란인지까지 빠르게 알 수 있다.
산란일자는 난각에 표시하고, 유통기한은 계란 포장지에 표시한다. 기존에는 계란 포장지에 유통기한만 있었지만, 산란일자가 난각에 표시되면 소비자가 직접 계란의 신선도를 평가할 수 있다.
계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계란수집 판매상에 직접 불만을 제기할 수 있도록, 대표 전화번호를 남기는 방식도 의무화된다.
새로 바뀌는 계란 난각코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는 '통합식품정보망'에 전국 234개 지자체가 직접 등록하도록 제도를 손본다.
농장주 또는 계란수집판매상 둘 중에 하나만 해당 지자체에 영업등록을 하던 기존 방식을, 식약처가 중앙전산시스템을 활용 직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난각 코드만으로 계란 이력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가 드러났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계란을 먹을 수 있도록 관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계란 실명제를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5~18일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국 49개 농가에서 사용이 금지되거나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49개 농장의 계란은 전량 회수·폐기됐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검사항목이 누락된 420개 농가에 대한 보완 조사도 실시된다. 20일 오전 9시 현재 보완조사 대상 420개 농가 중 46%인 194개 농가에 대한 검사를 완료했고, 부적합 사례는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 조사는 21일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