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흙수저'는 2금융권 갈 수밖에…

정부가 가계부채 줄이기에 적극 나서면서 서민들의 1금융권 대출은 사실상 힘들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모습.[사진=남궁진웅 기자]

지난해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오던 은행들이 대출 창구를 더욱 옥죄고 있다. 은행마다 대출 승인 요건을 강화하거나 특약을 넣는 등의 방식으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부응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달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대책까지 맞물려 은행들의 강경한 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출 쏠림 현상보다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출 승인 요건 제각각…“대출 문턱 더 높였다”
금융당국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 등의 금융회사 실무자들과 '감독규정 개정안 부칙 제3조의 실수요자 적용 방안' 안내를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관련기사

• 인터넷은행 3사, 3분기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30% 넘겨
• 검찰, '친인척 부당대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구속영장

이날 회의에서는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과 관련한 대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사례를 다뤘다.

지난 2일까지 금융회사가 대출금액 신청 접수를 완료한 차주, 금융회사로부터 대출 만기 연장 통보를 받은 차주 및 이에 준하는 차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핵심은 이달 3일 현재 무주택세대여야 한다는 점이다.

당국 관계자는 "대출 창구에서 일관된 상담 및 업무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에도 일선 창구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마다 보다 엄격하게 적용 중인 대출 승인 요건에 대해서는 통일된 기준을 두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서 은행들은 제각각 대출 승인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자가 투기지역에 아파트 담보대출을 추가로 신청할 경우 2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토록 했다. 대출 승인 요건에 이같은 내용의 특약을 넣은 것이다.

또 아파트 담보대출이 2건 이상인 고객이 만기 연장을 요구하는 경우 1년 이내에 대출 한 건을 전부 상환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특약의 경우 개별 은행마다 임시로 적용하고 있는 사항으로, 만약 일관된 지침이 내려온다면 그에 따를 것”이라며 “이달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되면 대출시장은 더 얼어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규제에 2금융 ‘풍선효과’ 우려
금융당국은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전국의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연간 17만2000명의 대출이 총 8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KB국민은행의 신규 주담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현금자산이 부족한 젊은 세대들은 주담대 한도 축소에 못이겨 1금융권을 넘어 2금융권 신용대출에도 발을 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은행 창구에는 신용대출 한도와 2금융권 이용에 따른 불이익을 묻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

또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은행권의 전체 가계대출 차주 중 고신용자의 비중은 30%로 조사됐다.

게다가 이달 말 정부가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대책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신DTI(총부채상환비율)의 구체적인 도입 방안이 담겨, 1금융권 대출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를 우려했다"며 "이미 2금융권을 이용하는 고신용자의 비율은 상당한 수준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