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용두사미 되나

검찰의 중간 간부 인사가 곧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민적 열망이자 시대적 요구가 담긴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이 순탄치만은 않다.

문무일 검찰총장(56)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시동을 건 검찰 개혁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게다가 서울중앙지검 내 핵심 수사부서인 특수부 역시 축소가 아닌 현상 유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6일 법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검찰의 검사장, 고검장급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이르면 이번 주 차장 ,부장급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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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과제로 주목받는 것은 크게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특수부 축소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찰이 수사권을 독립적으로 가져야 수사의 주체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으며 검찰의 비리와 잘못을 제대로 수사할 주체가 생기게 된다"고 밝히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구조 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강도 높은 검찰개혁 방안들이 포함돼 있지만 실상은 달라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경우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특수부는 정치인과 대기업 등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곳으로 현재 특수 1부가 '박근혜 정부 면세점 사업자 부당선정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적폐 청산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등을 향한 수사가 많아질 것이 예상되면서 특수부가 축소될 필요성이 사실상 적어진 셈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현 정부의 검찰개혁 구상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출신 최모 변호사는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지켜봐야 검찰조직의 정확한 윤곽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문 총장의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여러 부분에서 강하게 또는 약하게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어 검찰개혁이 정부의 의지대로 흘러갈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

아울러 법무부의 검사 인사 규모가 축소될지도 관심사다. 법무부는 지난달 말 검사장급 인사에서 국장급 보직 가운데 두 자리만 비검사 출신으로 교체한 데 이어, 이번 중간간부급 인사를 앞두고는 과장급 보직을 다수의 검사로 채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법무부 탈검찰화를 강조한 정부 기조에 따라 검찰국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실국장이 외부에서 임명될 것으로도 예상됐으나, 기획조정실장과 범죄예방정책국장에 검사장이 임명되면서 '대안 부재'의 벽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국제법무과장 △통일법무과장 △상사법무과장 △국제형사과장 △형사법제과장 △범죄예방기획과장 △법질서선진화과장 △보호법제과장 △인권구조과장 △인권조사과장 △여성·아동인권과장 등 과장급 11개 직위에 대해 검사 공모를 진행하면서, 중간 간부에서도 파견검사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65)은 지난달 후보자 신분으로서 검찰 개혁을 위한 핵심 과제로 '법무부의 탈(脫)검찰화' 등을 통한 검찰 인사 제도 개선을 꼽았다.

특히 이번주 발표될 검찰의 중견 간부급 인사에 대해 "검찰 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다"면서 "세습적인 인사 관행을 끊고 인사에서 소외되는 사람없이 능력에 따라 배치하는 등 인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밝힘으로써 정치적 판단이 없는 공정한 인사를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법령에는 인권정책과장을 포함해 인권구조과장·여성아동인권과장·법질서선진화과장 등 네 자리는 검사뿐 아니라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도 맡을 수 있게 돼 있다.

물론 공모 및 파견 지위는 향후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지만 법무부에서는 과장급 보직을 검사만 맡도록 하는 규정을 변경하려는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검사장급 실국장 인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부에서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면서 "과장급 11개 직위에 대해 검사 공모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이건 검찰개혁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