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 지난달 불법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시행하면서 현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들이 대거 자국으로 돌아간 가운데 새롭게 직원을 채용하는 데 있어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6일 방콕포스트 등 태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새로운 노동법이 발효된 이후 음식점, 공장 등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인력을 충원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등록 외국인(불법 체류자)이나 유효한 '노동 허가서(Work Permit)'가 없는 내국인 고용, 내국인에게만 취업이 허용된 39개 업종에 외국인을 쓰는 행위, 2중 고용 행위 등이 처벌 대상이다. 또 불법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최대 10만 바트(약 330만원)의 벌금과 최장 5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같은 법안으로 인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주변 국가에서 넘어온 불법 체류자들이 자국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태국의 노동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특히 수산물 가공 공장, 건설현장, 식당 등 태국인들이 꺼리는 저임금 산업의 경우 이주 노동자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레스토랑 비즈니스 무역협회(RBTA) 관계자는 "무역은 전적으로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는 노동 집약적인(labour-intensive) 분야"이라며 "대부분의 태국인들은 힘든 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법은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탄압 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촉발시켰다"면서 "이것이 불법 체류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도망가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정부는 일단 새로운 법령의 시행을 내년 1월까지 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이는 이주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태국에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이주 노동자들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대리인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협회 관계자는 "국경 지역에서 등록 절차를 수행해야 하는데 복잡한 서류 작업이 필요해 대리인을 통해야 한다"면서 "각 이주 노동자당 적게는 7000바트(약 23만원), 많게는 1만 바트(약 33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 음식점 점주가 이런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같이 소비 시장이 침체돼 있는 시기에 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통 소규모 식당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주변국 출신의 10명 정도의 노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20~30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산업연맹(FTI)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 등록 과정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발생할 경우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손실이 확산될 수 있다"면서 "비용 상승에 따른 자금 문제로 인해 중소기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태국에는 미얀마, 캄보디아 등 인근 국가에서 넘어온 이주 노동자가 4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불법 취업 중인 이주 노동자는 200만명 수준이다. 나머지 270만명 가운데 절반은 유효한 노동 허가서를 갖고 있지만, 절반은 내년 3월까지 임시로 취업이 허용된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