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선 기자 =‘인터넷 대국’ 중국에 ‘문사철(문학·역사·철학)’ 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비인기 학과로 취업시장에서 냉대받았던 문사철 전공 대졸자들의 취업률도 높아지고 있다.
광둥성 광저우의 화난(華南)농업대 철학과를 졸업한 류샤오쉐는 최근 중국의 한 유명 인터넷기업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류씨는 6일 중국 경제일간지 21세기경제보를 통해 "철학 전공자들이 일자리 찾기가 쉬워졌다”며 최근 몇 년 전부터 인터넷 회사들의 철학 전공자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회사에서 신제품 개발팀을 짤 때도 심리학·사학·철학·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전공 인재를 포함시킨다며 이용자의 수요나 개성 특징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각 지방정부에서 내놓은 지난해 대졸자 취업 현황을 봐도 철학·역사 등 비인기 전공 취업률이 높은 편이다.
베이징에서는 철학 전공자 취업률이 99.02%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철학 전공 박사생의 취업률은 100%에 달했다. 이 밖에 광둥성에서는 대졸자 평균 초봉액이 가장 높은 전공은 철학과로, 평균 월급이 4507위안에 달했다.
최근 중국 인터넷 발달로 통찰력과 창의력이 중요해지면서 사회·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재를 찾는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위쉐밍(兪學明) 중국 정법대 철학과 교수는 " 특히 인터넷회사들의 철학·사학 전공자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는 빅데이터 시대에 인간의 심리를 겨냥한 맞춤형 서비스가 강조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인문학 전공자들은 사고력과 통찰력이 깊고 지적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또 위 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이나 생활방식,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 더 나아가 문명의 경계 등에 대한 깊은 사고를 필요로 한다”며 “그동안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철학적 사고가 절실해졌다”고 전했다.
라이더성(賴德勝) 베이징사범대 경제공상관리학원원장은 "오늘날 철학·역사 등 비인기학과 취업률이 좋은 것은 그동안 워낙 관련 인재 수요가 적어 공급도 적었던 데다가, 신흥산업 발전으로 관련 인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베이징시 전체 대졸자 통계를 보면 철학·사학 전공자는 각각 204명, 199명인 반면, 경제학 전공 대졸자는 4174명, 엔지니어 전공 대졸자는 1만5414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