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는 웨스턴 디지털의 견제와 관계 없이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과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매각 협상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양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미·일 정부간 통상 외교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는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이날 웨스턴 디지털 을 상대로 부정 경쟁행위의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요구한다며 도쿄 지방 법원에 제소했다고 발표했다. 도시바는 웨스틴 기지털측이 매각에 대해 거부권을 갖고 있다는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며, 경쟁을 부정하게 왜곡하고 있다면서 1200억엔(한화 약 1조222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이번 도시바의 조치는 웨스턴 디지털이 5월 국제중재재판소에 이어 지난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법원에 도시바가 자사의 동의 없이 반도체부문의 매각을 진행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낸 것에 대한 반격의 일환으로 분석됐다.
본사 재건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도시바는 웨스턴 디지털이 발목을 잡아 도시바 메모리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웨스턴 디지털은 도시바가 지난 21일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최종 계약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가자 26일 도시바에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한국 반도체 대기업인 SK하이닉스가 포함된 것을 이유로 매각에 반대한다‘는 서신을 보냈다. 웨스턴 디지털은 서한에서 자사의 인수 방안이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SK하이닉스가 자금 제공만으로 참가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27일 오후에는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공동으로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겠다고 도시바에 제안하며 최종 계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웨스턴디지털과 KKR은 한·미·일 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을 끌어들인 새로운 ‘미·일 연합’ 형태로 인수하겠다고 주장, 한·미·일 연합의 와해를 조장하는 등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다. 특히, 일본의 여론을 활용하기 위해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 메모리를 넘겨줄 경우 SK하이닉스가 기술을 유출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바는 주총을 통해 한·미·일 연합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웨스턴 디지털의 의도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한·미·일 연합과) 가급적 조기에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각국의 반독점 심사 등의 문제를 해결한 후 당초 예상했던 2018년 3월이 아닌 2017년 내에 마무리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토시 사장은 웨스턴 디지털에 대해 부당하게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방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웨스턴 디지털의 방해애 대해 “한·미·일 연합도 이해하고 있다”며 양측간 협상은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나루케 야스오 도시바 부사장도 “(웨스턴디지털로부터 도시바 메모리의) 경영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도를 가지고 제안 받았지만 제안 내용이 독점 금지법에 걸리는 내용이라 논의될지 않고 있다”며 협상 여지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야스오 부사장은 양사가 “조인트 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파트너이므로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빨리 갈등을 해소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