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봄인가 보다. 아무리 미세먼지가 심하다지만 그 틈바구니로 톡톡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는 길가의 봄꽃들을 보자니 유난히 춥기만 하던 지난겨울이 드디어 물러가는 느낌이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다보면 새삼 자연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무르익는 봄기운이 느껴질 때면 항상 생각나는 시가 하나 있다. 바로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으로 유명한 이상화 선생이 1926년 발표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다.
이상화 선생이 일제강점기 식민지배의 비통함을 시로 표현했다면, 선생의 가족 중에는 직접 일제에 부딪히며 저항해 싸운 독립운동가도 있다.
바로 국가보훈처 4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이상화 선생의 큰형인 독립운동가 이상정 선생이다.
이상정 선생은 1923년 중국으로 망명해 중국 국민정부의 중장까지 오른 독립운동가로 중국에서 펼쳐진 항일전선에 적극적으로 참전하는가 한편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 창설에도 큰 기여를 해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받으신 분이다.
더불어 이상정 선생의 부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비행사로 활약한 독립운동가 권기옥 선생으로, 부부가 나란히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쓴 존경할 만한 분들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에게 가해졌던 무자비한 탄압을 생각해본다면 온가족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그 희생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아마 요즘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이들은 이상정 선생의 이름마저 낯설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 역시 이상화 선생의 시는 학창시절 배운 바가 있어도, 부끄럽지만 선생의 형님이셨던 이상정 선생 역시 독립운동가라는 것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렇게 당당히 하나의 주권국가로서의 권리와 영예를 누리고 살아갈 수 있는 데는 누구보다 몸 바쳐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여러 독립운동가의 노력이 있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가오는 4월 13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기념일이다. 1919년 4월 13일 우리의 항일정신을 결집하여 독립운동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를 대외에 천명하기 위해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기념하기 위한 날로 마침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온 몸과 정신을 바쳤던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되새겨 보기 딱 좋은 날이 아닌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겼다는 독립운동가에게 이제는 온전히 이 땅위에 찾아오는 봄기운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날이 왔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이상정 선생을 비롯하여 국권 회복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의 공로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