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관의 시선]정부 규제에도 강남권 주택시장 다시 꿈틀

2017-03-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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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차장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올해 초 사석에서 만난 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의 조합장이 필자에게 해당 아파트 매수를 권했다. 지난해 가을 이후 정부의 연이은 규제카드로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 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었다. 이 조합장은 강남 주택가격은 다시 올라갈 것이고, 지금 사업도 순조로워 조금만 지나면 투자금액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실물경기 자체가 불황이고 주택시장 전망도 현재까진 부정적이라고 얘기하고 에둘러 거절했다. 물론 해당 아파트 가장 작은 주택형을 살 만한 여유 자금도 없고, 은행 대출을 받을 배짱도 없었다.  

강남3구는 정부가 지난해 주택시장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발표한 11·3 대책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연초 거래 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됐다. 그러나 강남권 주택가격이 중·장기적으로 다시 오를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최고의 주거 선호지역이기 때문이다.

주거 선호지역은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거주민이 살면서 브랜드와 함께 주변 환경까지 우수해진 곳이다. 강남3구는 어느 지역보다 우수한 학군과 편의시설, 교통 등을 두루 갖췄다. 특히 1970년~1980년 대 지어진 강남3구의 낡은 집들이 신규 아파트로 변신하는 지금 같은 시기는 자산을 갖춘 실수요자와 투자자에게는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다.

이달 들어 강남3구의 아파트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재건축 추진단지에 사람들이 몰리면서다. 개포와 반포를 시작으로 낡은 주거단지들이 최고급 아파트촌으로 다시 한 번 탈바꿈하면서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3구 아파트 거래량(30일 기준)은 총 1111건을 기록 중이다. 1일 평균 37건이 거래됐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량인 28.6건 대비 무려 29%가량 급증한 것으로, 일평균 32.5건이 거래된 지난해 3월에 비해서도 14%가량 늘었다.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부동산 침체 여파로 3개월 연속 전년 수준을 밑돌고 있지만, 강남3구만 작년보다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거래량이 많아졌으니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이달 29일까지 서초구(0.24%), 강남구(0.21%), 송파구(0.12%) 순으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지난해 1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송파구는 지난달 보합세에서 오름세로 전환했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42㎡는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9억원대 중반까지 가격이 떨어졌다가 올들어 1월 9억7500만원, 2월 10억3000만원, 10억5000만원 순으로 거래되며 대책 전 시세를 회복했다.

강남권 주택시장을 리치 마켓이라고도 한다. 실수요와 투자자들이 혼재됐으며, 항상 대기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 규제 등으로 인위적인 조정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 규제를 가했을 때는 단기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부작용 발생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 부작용이 어쩌면 가장 취약한 곳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강남권 주택시장이 지금 꿈틀대는 반면 서울시내 다른 지역과 수도권 신도시 등은 아직도 찬바람이 가득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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