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물꼬 트인 개헌발 정계개편…反文 연대 대선판 흔든다

더불어민주당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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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개헌발(發) 정계개편이 ‘장미 대선’ 변수로 격상했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이 15일 ‘대선 당일 개헌 국민투표’에 전격 합의, ‘반문(반문재인)’ 지대 구축의 발판을 마련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5월9일을 대선일로 지정했다.

3당 개헌안의 핵심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다. 이는 정치권의 권력 분점이 가능한 ‘이원집정부제’와 국민 정서와 가까운 ‘4년 중임제’를 혼용해 개헌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3당의 개헌 합의에 대해 “국민주권 부정”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도 “국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3당의 개헌 합의가 ‘문재인 대세론’ 흔들기용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민주 뺀 3당 ‘4년 중임 분권형’ 합의…의석수 16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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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한국당·주승용 국민의당·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각 당 간사와 함께 조찬 회동하고 대선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부치기로 합의했다. 김동철 개헌특위 국민의당 간사는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이같이 말했다.

애초 한국당은 ‘대선 전 개헌’을 제안했지만, 19대 대선이 이날 기준으로 54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간적 제약’ 탓에 대선 동시 투표 쪽으로 기울었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핵심으로 하는 단일 헌법 개정안 초안에 합의한 3당은 이르면 이번 주 최종안을 확정키로 했다.

민주당 개헌파 의원들도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초안에 동참했다. 민주당의 공식 입장인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에 따라 호헌파인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친문재인)계와 개헌파인 반문(반문재인)계의 갈등이 증폭할 전망이다.

개헌 절차는 ‘개정안 발의 및 공고→국회 의결(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및 정부 이송→국민투표(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등이다. 개헌안을 발의하는 즉시 20일 이상의 공고를 거치며,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을 경우 국회에서 의결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로 여의도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전환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文 “국민주권 부정” 安 “공론화 촉구”…反文 영향 불가피

변수는 헌법 개정안 가결 정족수의 현실 가능성이다. 현재 3당의 의석수는 165석(한국당 94석+국민의당 39석+바른정당 32석)이다. 3당에서 단 한 명의 이탈자가 없더라도 35석이 부족한 셈이다.

민주당 개헌파의 이탈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국민투표’ 난관에 부딪힌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국민투표를 실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개헌이 확정된다.

개헌안이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만큼,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개헌 반대표를 찍을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표는 이날 3당 개헌안에 대해 “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 지지층 중 일부도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국민으로부터 비토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개헌의 현실 가능성과는 별개로 ‘대선 변수’로서는 강력한 파워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는 개헌을 고리로 ‘비(非)패권지대’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문 전 대표 등 소수 대선 주자를 제외하고 ‘3년 임기 단축’ 개헌을 선제적으로 던져 ‘개헌 대 호헌’ 구도 만들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반문진영이 ‘권력 나눠 먹기’ 세력으로 전락한다면, 국민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3당의 개헌 합의안에 대해 “4년 중임 (순수) 대통령제가 아니라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대통령제가 아니라 총리가 중심이 되는 이원집정부제가 하고 싶은 것”이라며 “정략적인 정계개편과 반문연대를 위한 사기와 꼼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