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국내 은행들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 제공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보복 조치를 당하고 있는 롯데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선다. 롯데가 현재 추진 중인 중국 복합쇼핑몰 사업에 유동성을 제때 공급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돕기로 한 것이다.
9일 롯데 등에 따르면 롯데가 중국 청두에서 세우고 있는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국내 은행 2곳이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롯데는 이들 은행과 이번주 내로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롯데 입장에서 수조원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에 유동성이 원할히 공급돼 한시름 놓게 됐다.
일각에서 제기된 '롯데 중국 사업에 대한 여신 회수'와 관련해서도 은행권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 은행 관계자는 "롯데가 중국 사업을 위해 받은 여신 규모가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주시는 하겠지만 당장 어떻게 조치를 취할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역시 취임식에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회사나 업황이 어려워지거나 중국 경제가 어려워서 생기는 일이라면 이를 반영해 리스크 관리를 하겠지만 지금은 경제 외적인 요인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은행이 어려운 부분에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롯데 중국계열사의 여신 실태 파악에 나섰다. 롯데 중국 사업의 영업 차질 규모가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에 금융당국은 롯데가 갑작스런 여신 회수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은행들을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이 롯데그룹 중국 계열사에 제공한 여신은 1조2000억원이다. 중국계를 포함한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이 빌려준 자금 8000억원까지 합치면 2조원 규모다.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이 아직 롯데 중국 계열사 여신 한도를 축소하거나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사드 리스크를 반영해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여신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실제로 대출 조이기에 들어갈 경우, 롯데 중국 계열사들의 운영자금이 끊겨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