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서민금융의 활성화를 위해서 시중은행들이 영업을 영위하는 지역에 투자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정무위 소속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한국형 지역재투자법을 통한 서민금융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을 한국형으로 변형시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시중은행은 담보대출을 선호하는 등 안정적인 차주에게만 대출을 하고 저소득층은 배제한다”며 “저축은행은 대부업화되고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경우 관계형 금융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대형 상업은행들을 대상으로 각 은행이 영업점을 보유한 지역에 투·융자와 기부를 의무화하는 '지역재투자법(CRA)‘을 시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은행이 지역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를 시민사회에 공개한다"며 "이러한 CRA를 한국에 맞게 변형시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하면 영세중소기업이나 중소서민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대형 상업은행들이 CRA를 통해서 중소서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양 교수의 생각이다. 또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들이 관계형 금융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리스크를 지역사회 차원에서 사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준호 교수는 은행들이 ‘한국형 지역재투자법’을 따르지 않을 시에는 영업지점 신설이나 ATM 설치 등을 막고 금융업 비즈니스에 사업승인을 내주지 않는 등의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 참석자로 나온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준조세 성격의 사회투자가 만들어지고 거품처럼 꺼지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며 “핵심은 은행의 민간투자를 활성화해서 사회적 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자금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CRA의 대상 범위를 1금융권으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으로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며 지역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유입된 자금이 특수한 이들의 배를 불리는 형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의원은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사회적 책임을 행하는 데 상당히 소극적이다"며 "한국형 재투자법을 도입할 시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회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