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지분 많으면 '고배당' 없으면 '무배당'

2017-03-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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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은경·김정호 기자= 배당금 규모가 실적 증감보다 오너 지분이 많고 적음에 따라 정해진다는 지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대한항공의 작년 영업이익은 1조1208억원으로 전년대비 26.9% 증가했다. 이는 2010년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1조7319억원으로 1.6% 늘었고 55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커졌지만, 대한항공은 올해도 배당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최근 열린 항공기 도입 행사에서 배당 여부와 관련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어렵다"며 "차차 바뀌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1년 보통주 1주당 500원의 배당을 실시한 이후 6년째 무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배당을 할지 안 할지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25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7회계연도 결산배당을 끝으로 배당을 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당기순이익과 과거 누적실적을 함께 고려하도록 한 상법상의 배당가능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배당을 하지 못했다"며 "올해 배당 여부는 공시 전이라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양호한 실적을 냈음에도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수년 간 이어지고 있는 무배당에 대해 주주들의 불만이 큰 상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더욱이 특수관계인 지분 규모에 따라 배당성향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당은 이익을 주주들과 나눈다는 점에서 주주친화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통큰 배당으로 총수 일가도 수혜를 누릴 수 있다.

태광산업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보통주 1주당 17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태광산업이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은 1601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6711억원, 당기순이익은 445억원 규모로 각각 지난해보다 4.8%, 57.4% 감소했다.

지분 분포를 보면 대한항공은 모회사 한진칼이 3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가진 주식은 1%도 안 된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금호산업이 33%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한 주도 없다.

이에 비해 태광산업은 태광그룹 총수인 이호진 대표(15.8%)를 비롯한 특수관계자가 직접 43.0%에 달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너 지분의 다과가 배당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어닝 서프라이즈나 어닝 쇼크와 무관하게 배당 여부가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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