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 헤지펀드들이 뛰어난 이공계 인재 잡기에 나섰다. 금융분야에서도 과학 및 공학 지식 등을 활용한 투자가 늘면서 일부 펀드에서는 대학들과의 연계를 통해 필요한 인재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는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헤지펀드인 시타델은 올해 전세계 18개 대학에서 데이터톤(Datathon: 데이터를 활용하여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해커톤(Hackerthon: 마라톤을 하듯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체화) 방식의 경연을 뜻한다)을 연다. 이 경연에 걸린 상금은 무려 10만 달러다.
“우리는 거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제대로된 분석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고 시타델의 재능전략부문장인 저스틴 핀치백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만약 어느 한 지역이나 학교에 한정해 인재를 찾는다면 전체 인재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이같은 경연 대회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인재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금융자문가 고액 연봉으로 인재들을 유치해 왔지만, 최근에는 퀀트 펀드 등 금융공학을 이용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술분야 인재들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는 것이다. 퀀트 펀드란 펀드 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이 배제되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매매와 매도를 하는 펀드를 뜻한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투자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곳 중 하나인 투 시그마(Two Sigma) 역시 인재 영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의 경쟁기업은 다른 헤지펀드나 금융기관이 아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첨단기술 정보기업들이다.
글로벌 운용사인 맨그룹의 CEO인 루크 엘리스는 “혁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문제다"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은 사람들은 수많은 곳에 고액 연봉을 제안받기 때문에 돈을 내세워 채용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다. 이들을 데려올 수 있는 다른 흥미로운 제안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헤드헌팅 및 리더십 컨설팅 자문회사인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 (Heidrick&Struggles)의 존 힌들리는 "최근 양적 분석연구, 빅데이터, 분석학 관련 인재를 두고 있는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문대학의 컴퓨터 과학 분야를 졸업한 학생은 거대 헤지펀드 회사에는 30만 달러(한화 약 3억 5000만원)의 연봉 정도를 받을 수 있으며, 경영학 학위를 받은 이들이 헤지펀드에서 받는 7만 5000달러(한화 약 8700만원)에 비해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
이공계의 뛰어난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헤지펀들은 '이미지 세탁'에 나서기도 한다. 손쉬운 돈벌이를 추구한다는 기존 헤지펀드의 이미지는 기술 분야의 인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이기 때문에 최근 헤지펀드들은 '학구적 이미지' 구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예를 들어 MIT의 컴퓨터 공학 박사 출신인 데이비드 시젤과 스탠포드의 통계학 석사 출신인 존 오버덱이 만든 헤지펀드 투 시그마(Two Sigma)는 과학 논문도 발표하고, 직원들이 강의를 하게도 한다. 오는 9월에는 대학과 연계한 사무실도 코넬 대학에 열 예정이다. 헤지펀드는 코낼 대학의 학생 및 교수들과 머신 러닝, 그리고 데이타 과학 프로젝트를 위해 협력을 한다. 그리고 이 통로를 통해 회사는 인재를 확보할 수도 있다.
헤지펀드인 월드퀀트의 설립자인 이고르 툴친스키 (Igor Tulchinsky)는 15명팀의 퀀트 매니저들을 고용했으며, 이 펀드는 15개가 넘는 나라에서 20개의 사무실을 열면서 러시아, 루마니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도 엔지니어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