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배출권 제출 시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가격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온실가스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발전업계, 석유화학업계, 시멘트업계 등 제조업은 수요를 채우기에도 버거운 모습이다.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배출권 시장에 적극 개입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현재 전체 할당량에 문제는 없지만, 개선책을 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7일 한국거래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온실가스 배출권은 톤(t)당 2만3700원에 거래됐다. 이는 고점인 지난달 8일(2만6500원)보다 10%가량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10월까지 t당 1만8000원을 유지하던 배출권 가격은 연말을 앞두고 급등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1월 중순에 2만원을 돌파하며 가격 상승이 본격화됐다. 지난달 초에는 2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산업계에서는 최근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오는 6월 배출권 제출을 앞두고 온실가스배출권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 배출권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배출권 가격 급등은 당장 기업 수익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를 시장에서 구매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내야 하는 점은 기업들 부담으로 작용한다. 산업계에서는 현재 수급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개입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동양시멘트 등 발전‧석유화학‧시멘트업계 27개사는 지난 6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현행 온실가스 배출권시장 문제점 개선에 관한 공동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배출권시장은 근본적으로 정부에서 만든 인위적인 시장”이라며 “수급 불균형 발생 등으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으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배출권 가격 안정화를 위해 국가 배출권 예비분 1400만t을 조기 공급하고, 이월물량 제한, 배출권 가격 상‧하한가 설정 등 시장안정화 조치 세부계획을 수립, 기업들 미래 불확실성을 해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근 가격 급등이 온실가스 배출권 전체 할당량 부족 보다는 거래 과정에서 일부 미스매치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다 최근에 조금 내려갔지만 높은 수준에 있다”며 “전체 배출권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일부 수급상 문제가 있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산업계 의견 등을 수렴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