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미술관측은 홍 관장의 사퇴 배경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이 없다”고 밝혀, 홍 관장측이 개인적으로 의사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문화계에서는 그의 사퇴 배경에 대해 지난잘 17일 법원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급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병세로 쓰러진 후 3년간 와병 중인 남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간호하는 가운데에서도 대외직함을 유지했던 홍 관장이 믿고 의지했던 장남의 구속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더 이상 일할 의욕을 잃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 관장은 이 부회장의 구속 후 주변 인사들에게 “참담한 심정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뜻을 밝혀, 관장직 사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1945년 제9대 법무부장관과 21대 내무부장관을 지낸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과 김윤남씨 사이에서 2남4녀중 장녀로 태어난 홍 관장은 경기여고,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 뉴밀레니엄디자인혁신정책과정을 수료했다.
1967년 이 회장과 결혼 후, 1975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출판문화부장과 1984년 이사, 상무이사를 역임했으며, 1993년 삼성문화재단 이사로 자리를 옮긴 뒤 2년 후 시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경기도 용인에 세운 호암미술관 관장에 취임했으며, 2004년에는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겸임했다.
그는 재력과 인맥, 미술품을 보는 안목을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오랫동안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혀왔다.
2010년을 제외하고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미술 월간지 아트프라이스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선정한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인물’ 1위에 올랐다.
미국 미술잡지 아트뉴스는 지난 2015년 홍 관장에 대해 “한국의 국내외 현대미술에 가장 인상적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으며, 리움으로 서울을 국제적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 관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사태의 여파로 리움 및 호암미술관 관장직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직에서 사퇴했다가 3년 만인 2011년 3월 복귀했다.
한편, 두 미술관의 후임 관장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리움 미술관의 경우 당분간 총괄부관장을 맡고 있는 홍 관장 동생인 홍라영씨의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