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우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해도 중국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선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관세 장벽 형태의 가능성은 있겠지만, 무역보복과 같은 대응은 또다른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지난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의 사드 보복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에 무게를 두며 이같이 얘기했다. 중국이 한반도내 사드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간의 한‧중 관계를 생각하면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은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하루아침에 진행된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정부에 사드 보복을 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수차례 암시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국의 경고를 무시했다. 오히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까 조바심을 냈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애매한 자세를 보이자, 중국내 기류도 공격적인 성향이 높아졌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수가 줄었고, 여행상품 취소가 이어지는 등 불과 일주일새 상당한 충격파로 다가왔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중국은 한국경제의 절대적 위치에 있었다. 새로운 ‘밀월관계’를 맺으며 동반자라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양국의 교류는 원-위안 직거래장터 개설로 이어지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현 정부 초기에는 중국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각종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중국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한반도내 사드 배치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양국의 밀월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제주도와 부산 등 중국 관광객이 점령한 관광지는 벌써부터 매출이 30%이상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느새 한국 관광지는 중국인이 먹여 살리는 구조가 돼 버린 셈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가뜩이나 침체된 한국경제에 큰 암초로 다가오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탈중국’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한 것이 결과적으로 ‘경제보복’으로 돌아와 씁쓸할 따름이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현 시점에서 뾰족한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경제보복을 부인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는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범부처 대응팀을 구성하게 되면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소극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 기능을 상실했더라도, 시장에서는 이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현 시점이 분명 ‘위험’하지만 ‘기회’ 요인도 있다. 지난 일주일새 제주도를 찾은 국내 관광객은 중국 관광객이 줄어 제주도 여행이 더 편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미 부산을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대비한 ‘플랜B’를 가동 중이다.
기업들도 생각보다 차분하다. 오히려 중간재 부문은 중국이 더 아쉬워해야 할 판이다. 세계 수준의 반도체 기술은 아무리 중국이 경제보복을 가한다 해도 받아들여야 할 수입품 중 하나다.
중국이 어느 순간부터 한국경제의 한 축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없이 한국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내수시장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수 있겠지만,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우리 정부의 대응 수준은 아쉽기만 하다. 정부가 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중국의 경제보복은 단기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순간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이 위기를 발판삼아 새로운 시장개척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관광‧숙박‧음식업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는 합리적 수준에서 현 사태를 잠재워야 한다. 중국의 지능적 경제보복 수위가 더 높아진다면 공식적 채널을 가동해서라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