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박원식 정치부장 겸 부국장 / 정리= 이정주 기자]
“한 손엔 한국형 핵무장, 다른 한 손엔 유라시아 큰 길을 들고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위기를 돌파하겠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맡은 특검의 수사기한 연장안을 두고 여야가 극렬하게 대치 중인 가운데 지난달 27일 아주경제는 원 의원을 여의도 국회의원실에서 만났다. 이날 인터뷰 도중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특검 연장안을 거부한 소식이 전해지자 원 의원은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지금이야말로 정치적 대타협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헌재의 탄핵 심판을 두고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기본적으로 헌재 판결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승복해야 한다. 다만, 판결 이후에도 헌재의 공정성이 시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결과가 인용이든 기각이든 태극기와 촛불이라는 두 개의 기차가 충돌할 우려가 있다. 이런 혼란을 사전에 막기 위해 방파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제가 정치권이 빅 테이블을 마련해 대타협을 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매 주말마다 두 동강이 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면 심판 결정이 내려진 이후엔 주말 집회가 주중 집회로 전환될 것이다. 여야 정치인들과 대선주자들은 그래서 합의를 통해 이른바 ‘대통령의 자진하야’를 인정하고 탄핵 소추안을 취하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황 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했다. 이에 대한 생각과 향후 수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특검 연장에 반대한다. 특검이 국정농단 사건을 잘 수사한 부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한시법으로 설정한 기존 약속대로 이행하고 법률에 따라 검찰이 이를 이어 받아 사법제도 틀 안에서 수사를 진행하면 된다. 이 상황에서 특검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특검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편향됐다는 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특별검사에 대한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했다. 특검은 여야 합의에 의해 중립적 입장에서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결정될 때부터 저는 법안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런 복잡한 요소들과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특검 수사 연장이 또 다른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기에, 이 정도에서 1차 마무리를 짓는 게 좋다고 본다.”
-탄핵 심판을 앞둔 헌재가 8인 체제로 판결 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지금 중요한 것은 어느 진영이든 헌재의 결정에 승복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공정성이다. 이 사건의 주심 재판관인 이정미 재판관도 지난 2014년에 재판관이 결원된 상태로 판결을 내리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 논리로 보면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해 어느 진영이든 격렬한 불복종이 예상된다. 그걸 막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국회가 탄핵 소추를 취하하고 대통령 진퇴 문제 등을 정치적 대타협으로 풀자고 제안한 것이다.”
-정치적 대타협 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헌재를 9인 체제로 정상화시키고, 정치권은 대타협을 통해 새로운 정치 일정에 합의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탄핵 전에 논의된 이른바 ‘4월 퇴진·6월 대선’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 이대로 끝까지 가면 파국이다. 정치의 영역이 바로 그런 갈등을 녹여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의 임기보다 더 중요한 게 대한민국 국민들의 합의 아닌가.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 개인적으로 헌재 재판관 결원을 방지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지금은 각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면 결원이 불가피하다. 발의한 법안은 후임 재판관 인선 전까지는 전임이 임시로 대신하는 방식이다.”
-청와대 측에서는 자진하야 설을 전면 부인했는데?
“최순실 사태로 이 국면까지 왔지만 어찌됐든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개인을 떠나서 우리나라 헌정사를 위해서도 그게 좋다. 지금 난파선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임기를 좀 더 채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유력 대선주자들도 정국을 안정시키고 국민들의 마음 보듬어 대타협에 동의하고 정치일정을 새로 짜야 한다. 대선을 정상적으로 실시해야 국민들이 차기 대선주자들의 공약도 제대로 검증할 수 있고, 차기 정부도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집권을 준비할 수 있다. 이대로는 촉박한 대선 일정 때문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한다. 대선을 축제로 만들고 진행해야 한다.”
-최순실 사태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상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보는가?
“한마디로 무한 책임을 느끼고 통감한다. 아직도 부족하다. 집권여당으로서 아무리 사죄를 하고 반성을 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실망감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 이후 당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인적쇄신도 단행했고 반성 버스를 타고 전국을 다녔다.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책임 있는 정치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보수진영이 양분됐는데 대선 전 통합 가능성은?
“결국엔 범보수가 하나로 뭉처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탈당한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제가 9인 중진협의체, 6인 중진협의체 등을 만들어 탈당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당시 주류, 비주류 의원들이 모여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해 노력했는데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대선 전 대타협, 보수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
-주요 대선 공약으로 한국형 핵무장을 주장했는데 현실성이 있는가?
“엄밀히 말하면 제가 제시한 ‘한국형 핵무장’은 조건부다. 핵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안보와 평화를 위한 수단이다. 소위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3불(不) 원칙'이라고 부르는데, 북한과 비핵화 대화를 지속하면서 비핵화 실패 시 조건부 핵무장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첫째, 한국이 핵무장을 원하는 것이 아니며(No Ambition) 둘째, 북한 위협만을 대상으로 해서 다른 국가에 위해가 되지 않고(No Harm) 셋째, 북핵 해결시 언제든 핵을 포기하겠다는(No Addiction) 원칙이 전제돼 있다. 저는 19대 국회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북한의 고도화되고 있는 핵과 미사일에 맞서서 언제까지 동맹국에 의존할 수는 없고 핵우산이 아니라 핵우비를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형 핵무장은 북한의 대량살상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만큼 보다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차원이다. 지난 10년 간 북한의 도발에 우리는 규탄결의안과 국제사회 제재를 통해 압박을 가했지만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제 북핵이라는 한반도 평화의 암덩어리를 해결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한국형 핵무장’은 북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북한의 오판과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또 다른 공약으로 분권형 개헌을 주장했는데?
“분권형 정부형태는 현재의 ‘국가 리더십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현행 권력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갔을 때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재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는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통령과 총리 간에 권한을 분배하고,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고 역할을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 사법부의 구성방식을 개선해 좀 더 독립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밖의 권력기관들의 권한도 분산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을 헌법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도의원으로 시작해 원내대표, 대선주자까지 왔다고 했는데 정치 인생에서 깨달은 ‘지도자의 덕목’이 있다면?
“경기도의원부터 지금 5선에 이르기까지 저를 버티게 해준 것은 민심이다. 국민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그 목소리를 따라 민심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가장 중요한 ‘지도자의 덕목’은 ‘여민동락’의 마음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다. 민심을 따르며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슬퍼할 줄 아는 마음이 핵심이다.”
◆ 원유철 의원 프로필
△1962년 평택 출생 △수성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경기도의회 의원(최연소 당선) △15·16·18·19·20대 국회의원 △신한국당 부대변인 △경기도 정무부지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원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