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미국 반도체업체 AMD의 주력 제품인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라이젠(Ryzen)’의 공식 출시를 앞두고 국내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AMD 이번에 선보이는 신제품이 세계 컴퓨터 CPU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인텔 제품의 아성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이젠에 삼성전자의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력사 등 관련 업체의 동반성장도 예견되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고성능의 CPU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무어 인사이츠 앤드 스트래티지’에 따르면 499달러짜리 AMD의 ‘라이젠 7 1800X’가 1050달러짜리 인텔의 ‘코어 i7 6800K’에 비해 성능은 뛰어나고, 가격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함께 출시되는 '라이젠 7 1700X' 등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라이젠 테크 데이’에서 라이젠 7 시리즈를 공개한 리사 수 AMD CEO(최고경영자)는 “라이젠 7 1800X는 시장에 출시된 가장 빠른 8코어 컴퓨터 프로세서라고 할 수 있다”며 “이 제품은 세계 컴퓨터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인텔은 5∼10년 동안 도전받은 적이 없다”며 “(라이젠 7을 통해 인텔로부터 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다) 절대적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라이젠 출시를 앞둔 AMD의 주가는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미국 한 증권정보 분석업체에 따르면 AMD의 주가가 지난 52주(약 1년) 동안 2달러에서 14달러로 약 600%가량 상승했다.
라이젠의 성공적인 '데뷔'를 앞두고 삼성전자는 내심 웃음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MD는 자사의 주력 제품인 CPU와 GPU(그래픽카드)를 반도체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인 글로벌파운드리(GF)에 맡겨 최신 공정인 14나노 핀펫 공정(FinFET)을 적용해 기술력을 혁신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독자 개발한 14나노 핀펫 공정을 GF와 제휴한 바 있다. AMD의 CPU에 사실상 삼성전자의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AMD의 라이젠 이전 제품인 ‘젠’에도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적용된 바 있다.
이 같은 형태로 AMD와 삼성전자는 최근 공조체제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AMD의 차세대 GPU인 ‘베가(Vega)’ 위탁생산도 맡을 전망이다. 베가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위탁생산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40억달러대로 추정되며, 올해도 그 이상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AMD의 경쟁력 향상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관련 업계가 술렁이는 이유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 도입에 성공하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둬왔다”며 “AMD가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의 공조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