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 역사교과서 금지법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며 “지난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제2법안소위와 법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가운데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태 제2법안소위 위원장과 권성동 법사위워장이 법안의 교문위 통과 과정이 날치기였다며 상정을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주 법사위가 열릴 예정이지만 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 야당은 지난달 금지법이 교문위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통과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에서는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날치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이 금지법에 권성동 의원보다 더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야당은 법사위 제2 소위 의원들을 상대로 금지법 찬성 서명운동지를 전달하는 등 최대한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다는 입장이다.
김진태 의원이 법안에 대한 논의를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경우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야당 간사가 권한을 위임받아 대행하는 경우도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으나 실행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내달 2일에는 이번 회기의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문명고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돼 학생들이 반대 집회에 나서고 있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담당 역사교사도 국정 교과서로 수업을 하지 않고 연구학교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정도로 연구학교 운영이 순조롭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명고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정 역사교과서 금지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육부나 경북교육청이 나서 지정 철회를 하거나 학교가 자진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식 부총리는 21일 열린 국회 교문위에서 문명고가 자진 철회를 결정하는 경우 받아주겠냐는 질문에는 학교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이 부총리가 황교안 총리 등의 주문에 따라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기 보다는 자신이 국정 역사교과서가 왜곡되지 않고 올바른 교과서라는 강한 소신을 갖고 있어 보인다는 평가도 야당에서 나오고 있다.
학교측의 연구학교 철회 요청 없이 교육부나 경북교육청이 지정 철회에 먼저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에는 학교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재단이 물러서 지정 철회를 경북교육청과 교육부에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명고 교사들에 따르면 김태동 교장이 23일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김 교장이 금지법안의 통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잘 못 알고 한 말이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김 교장은 금지법이 통과되면 어쩔 수 없이 연구학교를 할 수 없게 되지만 그 전에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문명고는 다른 신청 학교들이 지정 심의에서 취소되거나 자진 철회한 가운데 연구학교로 지정돼 교육부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 실패로 인한 혼란을 홀로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 정상화를 위해 재단이 물러서서 자진해 지정 철회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명고가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입장을 철회하기 전까지 학교의 혼란은 커질 전망이다.
야당 관계자는 "연구학교가 한 곳 지정돼 정책 실패가 드러났는데도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금지법 통과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학교가 강행 의지를 접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앞으로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교과서 국검정혼용 시행령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국정 교과서가 있으면 검정교과서를 못 쓰도록 한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지만 야당은 국검정혼용이 아니라 개발된 국정 교과서가 지위를 벗어나 검정 교과서의 하나로 취급돼 다른 검정교과서와 동등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이외에도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국검정혼용 체제를 다시 검정체제로 환원시켜 국정 역사교과서를 자동 폐기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