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안전장치' 통화스와프가 불안하다

2017-02-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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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미국 금리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여파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지만 '외환시장 안전장치'인 통화스와프는 교착상태에 빠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말 그대로 통화를 교환(swap)한다는 뜻으로,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 상호 교환하는 외환거래다.
예를들어 한국과 중국간에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돼 있으면 한·중 양국은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외화를 빌려와 쓸 수 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통화스와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보험'인 셈으로 외환시장의 대표적 안전장치다.

그러나 최근 한·일 통화스와프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고, 한·중 통화스와프 역시 연장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일단 정부와 통화당국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을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711억 달러다.

문제는 흐름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9월 3777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뒤 석달 연속 감소세다.

3700억 달러는 지난해 6월말(3698억9000만 달러) 이후,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 10월 한달간 26억 달러가 감소했고, 11월 들어 31억8000만 달러나 줄었다. 석 달간 70억 달러 가깝게 줄어든 것이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의 평가 기준에 따라 우리나라 적정 외환보유액은 4400억 달러 수준으로 다소 부족한 상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올해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통화스와프가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한국 정부 역시 외환보유액 부족을 대비해 여러 국가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지난달 6일 일본은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며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한·일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8월 말 양국이 논의 재개에 합의한 뒤 4개월여 만에 또다시 중단됐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7월 20억 달러 규모로 양자간 통화 스와프를 시작해 2011년 10월엔 700억 달러까지 규모를 키워나갔다.

하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문제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며, 그해 10월 만기가 도래한 57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가 연장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3년 7월에도 만기를 맞은 30억 달러가 그대로 중단됐다.

이후 한일간 외교관계가 경색되면서 마지막 남은 100억 달러 규모 스와프마저 2015년 2월 23일 만기를 끝으로 연장되지 않으며 14년간 이어지던 통화스와프가 종료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본에 먼저 요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지난달 17일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 중단과 관련해 큰 영향은 없다"면서 "일본이 논의의 장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열어놓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요청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한·중 통화스와프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한·중 통화스와프는 규모가 560억 달러에 달해 한국이 맺고 있는 전체 통화스와프 규모(약 1200억 달러)의 절반에 육박하는 등 중요성은 한일 통화스와프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중 통화스와프의 경우 지난해 3월 인민은행 총재와 원칙적으로 연장 합의를 한 상태다.

다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관련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송 차관보는 "통화스와프라는 것은 마이너스 통장인데 사정이 안 좋을 때 한도가 줄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중 통화스와프는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라면서도 "(앞으로) 무슨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계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어 만일에 대비한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은 필요하다"며 "외환시장 안전장치인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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