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일 19대 대선 불출마를 돌연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의 중도 낙마에 따라, 여야 대선구도도 한층 요동칠 전망이다.
그는 "갈갈이 찢어진 분노를 모아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 통합의 정치 문화를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말한 것이 (귀국 후) 제 몸과 마음을 바친 지난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되고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제가 10년간 몸담았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김으로써 결국 국민에게 큰 누를 끼쳤다"면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이기적인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고 불출마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저도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제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이 너그러이 양해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많은 분들을 실망시키게 해 드려 죄송하다는 깊은 사죄의 말을 드리며, 어떠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면서도 "제가 이루고자했던 꿈과 비전은 잃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식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우리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맡은 분야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 전 총장은 "저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지지율 선두를 달렸던 반 전 총장이 낙마하면서 대선주자 구도도 다소 흔들릴 전망이다.
현재까지 여권에서 출마선언을 한 후보는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새누리당의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다. 여기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 등이 출마 선언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며, 새누리당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지율 측면에서는 유 의원과, 출마 여부가 미지수인 황 권한대행이 비교적 높은 상황이다.
변수는 황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 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다. 반 전 총장을 제외한 제3지대 주자들 간 연대를 뜻하는 '스몰텐트' 등도 추후 여야 대선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