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 기술로 '한국인의 유전적 뿌리' 밝혔다

2017-02-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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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년 전 인간 게놈 분석, 한국인과 동아시아인 기원 규명

UNIST 게놈연구소, Science Advances 2월 2일자 논문 발표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UNIST 게놈연구소장). 사진제공=UNIST(울산과기원)]


아주경제 울산 정하균 기자 = 약 8000년 전 신석기 시대 고대인 게놈분석을 통해, 현대 한국인의 조상과 이동 및 유전자 구성에 대한 정밀한 연구결과가 세계 최초로 공개돼 학계의 주목의 받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 게놈연구소와 영국, 러시아, 독일 등 국제 연구팀은 두만강 위쪽 러시아 극동지방의 '악마문 동굴'에서 발견된 7700년 전 동아시아인 게놈(유전체)을 해독하고 슈퍼컴퓨터로 분석했다고 2일 밝혔다.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1일자(미국 현지시간)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는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의 기원과 이동에 대한 단서가 들어있다.

고고학자, 생물학자, 게놈학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9000년부터 7000년 전까지 인간이 거주했던 악마문 동굴인 5명의 뼈를 확보하고, 거기서 추출된 DNA를 이용해 게놈 해독을 했다. 그중에서 7700년으로 연대 측정이 된, 품질 좋은 20대와 40대의 여성의 머리뼈에서 나온 게놈 정보를 분석했다.
 

악마문 동굴 입구. [사진제공=UNIST(울산과기원)]


분석 결과 악마문 동굴인은 한국인처럼 갈색 눈과 삽 모양 앞니(shovel-shaped incisor) 유전자를 가진 수렵채취인으로 밝혀졌다.

또 이들은 현대 동아시아인들의 전형적인 유전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유 소화를 못하는 유전변이와 고혈압에 약한 유전자, 몸 냄새가 적은 유전자, 마른 귓밥 유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 동양인에게 흔히 발견되는 얼굴이 붉혀지는 유전변이를 가지지는 않은 것으로도 판명됐다.

악마문 동굴인과 다른 고대인, 현대 한국인의 게놈을 비교하자 동아시아 현대인은 조상들의 유전적 흔적을 지속적으로 간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수천 년간 많은 인구 이동과 정복, 전쟁 등으로 고대 수렵채취인의 유전적 흔적인 감소한 현대 서유라시아인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연구 실무책임자인 전성원 UNIST 게놈연구소 연구원은 "동아시아에선 적어도 최근 8000년까지 외부인의 유입 없이 인족끼리 유전적 연속성을 가진다"며 "농업 같은 혁명적인 신기술을 가진 그룹이 기존 그룹을 정복·제거하는 대신 기술을 전파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생활양식을 유지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악마문 동굴인은 현재 인근에 사는 울지(Ulchi)족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근처 원주민을 제외하면 현대인 중에선 한국인이 이들과 가까운 게놈을 가진 것으로 판명됐다. 또 이들의 미토콘드리아 게놈 종류도 한국인이 주로 가진 것과 같았다.

전성원 연구원은 "미토콘드리아 게놈 종류가 같다는 것은 모계가 똑같다는 것을 뜻한다"며 "두 인류의 오랜 시간 차이를 고려해도 매우 가까운 편으로 악마문 동굴인은 한국인의 조상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악마문 동굴인과 현존하는 아시아의 수십 인족(ethnic group)들의 게놈 변이를 비교해 현대 한국인의 민족 기원과 구성을 계산해냈다.
 

악마문 동굴인 두개골 모습. [사진제공=UNIST(울산과기원)]


그 결과 악마문 동굴에 살았던 고대인들과 현대 베트남 및 대만에 고립된 원주민의 게놈을 융합할 경우 한국인이 가장 잘 표현됐다. 한국인의 뿌리는 수천 년간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이 융합하면서 구성됐음을 방대한 게놈변이 정보로 정확하게 증명한 것이다.

두 계열이 혼합된 흔적을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현대 한국인의 실제 유전적 구성은 남방계 아시아인에 가깝다.

이는 수렵채집이나 유목을 하던 북방계 민족보다 정착농업을 하는 남방계 민족이 더 많은 자식을 낳고 빠르게 확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렵채집 위주로 생활하는 북방 각 부족들의 현재 인구는 수천에서 수십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거시적으로 볼 때 동아시아인들은 수만 년 동안 북극, 서아시아, 남아메리카까지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동하다가 농경이 본격화된 약 만 년 전부터 남중국계의 사람들이 더 빨리 지속적으로 팽창했다.

그 결과 근래 남중국계와 그전의 아시아 지역에 퍼져있던 북방계가 융합됐다. 이 현상의 일환으로 한반도에선 북·남방계의 혼합이 일어났지만 현재의 유전적 구성은 대부분 남방계라는 큰 그림이 완성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박종화 교수는 "이는 유전자의 이동뿐만 아니라 수천 년 간의 실제 역사와도 일치한다"며 "한 줄기의 거대한 동아시아인 흐름 속에서 기술의 발달이 작용해 작은 줄기의 인족들의 발생과 혼합이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유전자 혼합도 계산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단일민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다른 인족보다 내부 동일성이 매우 높았다.

박 교수는 "중국(한족)과 일본, 한국을 아우르는 거대한 인구집단이 이처럼 동질성이 큰 것은 농업기술 등을 통한 문명 발달로 급격하게 팽창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에서 나온 최초의 고대게놈을 분석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박 교수는 "이번 고대게놈 연구는 엄청난 양의 게놈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라며 "한국인의 뿌리 형성과 그 결과를 결정적으로 설명하는 생물학적 증거를 찾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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