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하락은 일반적으로 수출에 긍정적이지만, 최근 그 추세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달러당 1203.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 3월 10일(1203.5원)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14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이 기간 36원이나 뛰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취임하면 감세·재정확장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는 점도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 갈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등 앞으로 환율 변동성을 키울 대외 변수들이 많다는 점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국내 정치적 변수도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내년 상반기까지 1200원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공약대로 미국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실행할 경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연준의 긴축 스탠스 강화 등으로 달러화 강세 압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반면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정책을 편다면 달러화는 강세가 완화되거나 약세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어떠한 정책들에 주안점을 두고 구사하는 지에 따라 달러화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면서 "트럼프 취임 초기에는 재정정책보다는 보호무역을 보다 중시할 가능성을 높아 내년 1분기에는 달러화 강세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는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환율 상승은 수출에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와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의 통화 가치가 함께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달러 환율은 지난 11월 4일 달러당 103.1엔에서 12월 15일 달러당 118엔선으로 상승했다. 지난 23일에는 117엔대에서 거래됐다.
원화보다 엔화 약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원·엔 환율은 지난 15∼16일 100엔당 990원대로 떨어졌다. 원·엔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2월 1일 이후 10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 역시 과거보다 약해진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환율이 제조업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1992년보다 2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