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긴급 회동이 ‘빈손’에 그쳤다. 이들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만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 등 퇴진 로드맵 문제를 논의했지만, 김 전 대표는 ‘4월 말 사퇴’, 추 대표는 ‘1월 말 사퇴’를 각각 주장했다.
특히 탄핵 정국에서 한때 분열 위기에 처했던 새누리당이 이날 ‘4월 30일 퇴진-6월 차기 대선 실시’를 당론으로 확정한 것과는 달리, 야권의 탄핵 대열은 크게 흔들렸다. 지난달 14일 박 대통령에게 ‘불쑥 담판’을 던지고 소득 없이 회군한 추 대표가 또다시 단독 플레이에 나서면서 범야권 신뢰가 붕괴된 모습도 속속 포착됐다.
◆ 秋 헛발질에 野 분열만…탄핵기류 바뀌나
김 전 대표와 추 대표의 ‘빈손 회동’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박 대통령의 ‘조건부 퇴진’ 수용 이후 새누리당 비주류 탄핵연대가 느슨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회동 ‘시기도 방식도 절차도’ 낙제점에 가까웠다.
추 대표의 제안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회동은 본회의를 몇 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민주당이 ‘2일 탄핵 추진’에 방점을 찍은 상황에서 별다른 협상 카드 없이 덜컥 제안했다가 회군한 셈이다.
또한 단독 영수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추 대표는 국민의당·정의당 상의 없이 긴급 회동을 김 전 대표에게 제안했다. 추 대표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단독 플레이에 나선 추 대표는 탄핵 기조의 ‘출구전략’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돌출 발언으로 실익마저 걷어찼다. 특히 추 대표가 “대통령 사퇴는 늦어도 1월 말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자,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임기단축 협상으로 전략을 선회한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됐다.
◆ 野 3당 합의 무산…9일도 안갯속
앞서 야 3당은 지난달 31일 “임기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논란이 일자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탄핵 소추 사유가 명확하기 때문에 1월 말이면 퇴진이 이뤄질 것이란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즉각 의원총회에서 ‘탄핵안 2일 의결’을 당론으로 최종 확정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퇴진 일정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추 대표에 힘을 실어줬으나, 김부겸 의원은 “당 대표의 경솔함으로 탄핵연대에 난기류가 생겼다”고 정면 비판했다.
반면 여권은 일사분란했다. 김 전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4월 말 대통령의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고 그것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에서 여권 내 주류와 비주류 세력이 사실상 공조체제를 형성한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야 3당 공조가 흔들리자, 추 대표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하고 탄핵 균열을 막는 데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소득은 없었다. 앞서 박 위원장이 추 대표의 단독 행보에 대해 “도대체 왜 민주당이 이렇게 나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심 대표도 야권 일부 세력과 여권 비박계를 겨냥, “대통령이 파놓은 함정 속으로 발을 내딛고 있다”고 비판, 9일 탄핵안 처리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이 ‘조건부 퇴진’을 수용한 이후 친박(친박근혜)의 대대적인 역습 속에서 비박계의 공조체제, 야권 분열 난맥상이 복잡하게 얽힘에 따라 탄핵 소추안의 오는 9일 처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내부 소통 채널에 문제가 생기면서 공조가 흔들리는 것”이라며 “국민은 ‘심판’을 원하는 데 야권은 ‘대권’을 쳐다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촛불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