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호황일 때 불황을, 불황일 때 호황을 준비하라."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평소 자주 언급했던 말이다.
국내 기업들이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항공사들은 저유가와 안정적인 환율 흐름에 힘입어 3분기 최대 실적 잔치를 벌였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고, 지난 9월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20%를 넘어섰다.
특히 조금만 잘된다 싶으면 노선을 우후죽순 늘리는 지금의 영업 방식은 불황의 파고를 고스란히 떠앉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중국 노선을 무차별적으로 늘렸던 항공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자사만의 콘셉트를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인에게 LCC는 여전히 항공기 색깔만 다른 '저가 항공'일 뿐, 차별성이나 개성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점유율이 늘었지만 뚜렷한 혁신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진에어가 호놀룰루, 케언즈 등 장거리 노선 개척에 나섰을 뿐이다.
최근 만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LCC 시장을 견주어 볼때 국내 LCC가 점유율 30%선을 넘기기 전까지는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지겠지만 그 이후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 2014년 9월 10.8%(국제선 점유율)에서 2년 만에 20%를 넘어선 LCC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몇 년 남지 않은 셈이다.
그는 "LCC가 안정성장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눈치작전이 아닌 서비스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결국 시장이 포화되면 혁신에 실패한 항공사는 퇴출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LCC는 신규 취항과 안전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아 당장 혁신적인 서비스에 나설 여력은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호황과 불황의 역사는 반복됐고 기업의 생존은 결국 불황기에 갈린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