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는 항상 임기만료에 임박하거나 한참을 지나서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현재 임기가 끝났는데도 계속해서 업무를 보고 있는 공공기관장도 다수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마사회 등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기관장 선임 절차는 ▲상위기관 '직무수행실적보고서' 요청 ▲기관장 '직무수행실적보고서' 제출(공식 문서) ▲임원추천위원회 복수 추천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주무기관장의 제청 ▲대통령이 임명 형식으로 진행했다. 청와대는 서면이 아닌 유선을 통해 연임 또는 교체 여부를 해당기관에 알려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청와대로부터 현명관 현 회장을 연임시키지 않는다는 유선연락을 받았다"며 "신임 회장을 선출하기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장 교체를 위해서는 최소 두달 전에 청와대가 해당기관 또는 해당 중앙정부에 연임 또는 교체 여무를 먼저 결정해 담당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기관장 선정을 위한 공모절차는 해당 기관 기관임원추천위원회에서 서류 심사 등을 거쳐, 해당 중앙정부에 통보한다. 해당되는 기관의 주무부처 장관은 청와대에 3인 정도의 복수 추천자를 올려 청와대가 신임 기관장을 선정한다. 이때까지 통상 40~50일이 걸린다.
그나마 마사회 신임 회장 선임 절차는 빠르게 진행 된 편이다. 청와대는 지난 10월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연임 여부를 두고 전 이상무 사장의 교체방침을 일주일 전에 유선으로 알렸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국에너지관리공단의 경우 사장임기 만료가 각각 3, 6개월이 넘었는데도 후임자 없이 계속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해당 기관 관계자들은 "연임 또는 교체여부를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임기가 끝났지만 계속 업무를 보는 공공기관장은 22명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허엽 한국남동발전 사장, 조인국 한국서부발전 사장, 권혁수 대한석탄공사 사장,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등 12명은 이미 지난 9월 임기가 끝났다. 10월엔 허경태 산림청 녹색사업단장,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 등 6명이, 이달 들어서는 최외근 한전KPS 사장, 김영표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등 4명이 임기를 마쳤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원장의 경우 9월30일 임기가 만료됐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박 원장의 연임을 불승인하면서 기관장 자리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공석인 기관장 자리도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지난 3월 김동원 이사장이 임기 7개월을 앞두고 사임한 이후 8개월째 CEO 자리가 비어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권동일 전 원장이 보유주식 문제로 취임 4개월 만에 사직서를 내 한 달째 비어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하야 요구를 받고 있는데다 청와대가 제대로 인사 검증에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4명 중 1명꼴이다. 최근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원이 발표한 '박근혜 정부 4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실태' 보고서를 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 총 401명 가운데 낙하산 인사가 107명(26.7%)에 달했다. 기관장 4명 중 1명은 정치권 출신이거나 현 정권과 학연·지연 등으로 얽힌 '보은성' 인사라는 의미다. 공공기관 상임감사 138명 중 87명(63%)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돼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들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과 인연을 맺거나 새누리당 등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인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