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등 떠밀린 조양호 회장, 1000억원 지원 결정…‘급한 불 끄기’ 급급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한진그룹이 6일 해운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1000억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원도 포함됐다.

앞서 이날 오전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약속한 자금 지원에 대해 대주주의 책임 차원에서 화답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한진그룹은 수출입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악화되는 여론을 의식해 자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1000억원 정도는 ‘급한 불 끄기’ 수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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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하역·운반비 2200억원 △장비 임차료 1100억원 △유류비 400억 등 총 3700억원 가량이 연체돼 있는 상태다.

우선 한진그룹은 유류비와 일부 항만비를 우선 변제해 비정상 운항 중인 선박들을 육지로 끌어 오겠다는 계획이다. 추후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경우, 정부와 채권단과 협의를 거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한진그룹은 미국 롱비치 터미널 등 해외터미널 지분 및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400억원은 조 회장이 사재 출연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다만 변수는 피해를 본 화주들이 연체금을 요구했을 때다. 한진해운이 ‘을’이 된 상황에서 하역비나 유류비를 기존 금액보다 더 부르게 되면, 계산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유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자금 지원 방안을 제시했으면 법정관리를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니냐”면서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조양호 회장 일가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의 싸늘한 반응과는 별도로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에 대해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실시키로 함에 따라 한진해운이 악화일로를 걷던 물류대란 사태는 한고비를 넘기게 됐다.

한진그룹은 이번 자금 지원과 함께 물류대란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그룹 계열사를 통한 원활한 물류 처리 및 수송 지원에도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의 경우 비상 태스크팀(Task Team)을 구성해 즉각적인 해상화물 하역처리 및 긴급화물 항공편 대체 수송 등의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

이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부산신항만 한진터미널에 접안한 한진해운 선박에서 5000TEU 분량의 화물 하역작업을 지원한 바 있으며, 하역된 화물을 철도나 육로를 통해 수도권 컨테이너 물류거점인 의왕 기지까지 정상적으로 수송 중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긴급한 화물 수송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화물기를 최대한 동원하는 등 비상지원 시스템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