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야권 내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권 도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민선 5~6기를 통틀어 4년 10개월 가량 서울시의 수장으로 대권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7박 9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순방 중인 박원순 시장은 6일(현지시간) 뉴욕 한인회관에서 교민, 유학회 등과 번개미팅을 갖고 2018년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묻는 참석자의 말에 "한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지금 적어도 이렇게 어지럽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건 확실히 정권의 교체가 답"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더 넘어 시대를 교체하고 미래를 교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시장은 현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먼저 한반도의 사드(THAAD)의 배치를 둘러싼 국가 간 첨예한 대립에 박 시장은 "성급하고 미숙한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나 한반도에서 핵이 존재해선 안된다"며 "안보 문제일수록 논의하고 토론해 국민적 합의를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사드에 대처하는 것이 외교부 장관은 그 시간 옷을 수선하러 가는 게 말이 되냐"고 꼬집었다.
연장선에서 지금의 남북관계에 대해 "박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했는데 지금은 쪽박차게 생겼다. 과연 남북이 긴장관계를 두고 일촉즉발의 위기가 되면 그것으로 인한 손해는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말 합리·실용적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볼 수 있는 정권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놓고 중앙정부에서 더 나아가 여당까지 가세해 다툼 모양으로 전개되는 양상에 박 시장은 "청년들이 워낙 어려운 상황에서 일자리를 못 갖고 있어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코자 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올해에만 2조1000억원을 쓰고도 아무 소용이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하는 것까지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지어 최근 가난한 청소녀들이 생리대를 못 가져서 정말 비극적인 슬픔, 참혹한데 서울시가 그거 제공하겠다는데 그것 조차도 못하게 막고 있다. 대한민국은 절망의 터널 지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