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정부의 가계부채 억지조치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한은뿐 아니라 감독당국도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고 경고했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향후 금융시스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다만 이 발언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언뜻 가계부채 문제에 있어 한은의 책임은 크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책임을 정부 쪽으로 떠넘긴 모양새가 돼 버렸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에는 한은도 크게 한 몫했다.
또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뿐만 아니라 한은까지 참여해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마치 자신들은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다다르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더욱이 이 총재 자신이 금리를 낮추면서 줄곧 가계부채에 대해 관리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가계부채는 어느 한 부처만의 대응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한은 역시 가계부채 문제가 큰 책임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가 가계부채 급증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