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보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있다. 수년 간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을 거치며 대내외적으로 능력을 갈고 닦은 대선 후보이자 좌우 양각의 대립을 조정할 수 있는 중도주의자라는 시각과 대중이 후보의 진실된 모습을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거짓말을 앞세운 정치적 기득권의 표상이라는 시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힐러리를 둘러싼 여러 부분들이 서로 상충하고 있다며 힐러리는 역설의 연구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힐러리는 진보주의자로서 베트남전 반대 시위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히며, 1990년대 민주당 중도파나 공화당 우파 모두 그녀가 빌 클린턴 대통령을 지나치게 좌파적 정책으로 몰아가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보편적 건강보험 계획의 적극적 추진을 꺼리는 등 어중간한 입장을 취하면서 진보주의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힐러리는 많은 공화당원들이 싫어하지만 상원의원이었을 당시 동료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라고 WSJ는 전했다.
그리고 힐러리는 누구보다 검찰이나 의회에서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이 무용함을 잘 알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사용과 관련해 기밀 정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메일 스캔들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힐러리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연방수사국 FBI의 이메일 수사 기록이 공개될 예정이라 힐러리에겐 더욱 악재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그녀가 개인적으로 사교적이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지만 대중들 사이에서는 융통성 없고 뻣뻣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 역시 역설적이라는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늘 큰 관심의 대상이었던 힐러리였지만 이번 대선의 상대가 대중의 이목을 잡아끄는 타고난 능력을 소유한 도널드 트럼프라는 점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 같은 역설들을 감안할 때 앞으로 남은 2달의 선거 기간 동안 힐러리 캠프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힐러리 캠프는 우선 언론과의 접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유권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클린턴은 전당대회 이후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트럼프를 앞지르고 있지만 주로 그 결과는 트럼프의 행동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평가다.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8월 22일부터 4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했을 때 클린턴은 지지율 46.1%로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가 4.0%로 좁아지며 판세를 예측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힐러리가 소극적인 시간끌기 전략을 펼치는 동안 트럼프는 멕시코 대통령과의 회동 등 세간을 주목을 끄는 행보를 펼쳤다.
트럼프가 전쟁 영웅의 가족을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비판했을 때 둘의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지며 힐러리의 당선 확률이 80%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오던 것과 비교되는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