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도 불 기운으로부터 지켜야 할 핵심적인 공간이다. 이 때문에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양쪽에는 불을 막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 석상이 세워져있다. 뿐만 아니라 경복궁은 경회루, 향정원이란 커다란 연못도 두 개나 있다. 연못은 풍수적으로 해롭게 여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화재가 두렵기 때문에 과감하게 만들 수 있었다는 설이 있다.
또 남대문이라고 불리는 숭례문도 불기운을 막는 역할을 한다. 남대문은 경북궁 정문인 광화문과 관악산을 잇는 일직선상에 놓여 입구 역할을 한다. 남대문 앞에 연못을 판 것이나, 서울 다른 성문의 현판과 달리 세로로 쓰인 이유는 불의 기운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과거 건물들은 대부분 불이 잘 붙는 나무로 지어졌고 소방시설이 지금처럼 갖춰져 있지 않아서 화재는 치명적인 재앙이었다. 실질적으로 궁궐 안 큰 연못은 화재 시 방화수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2008년 남대문 화재를 겪은 서울은 더욱 철통같은 방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궁궐 안 연못을 걸으면서 아름다움 뿐 아니라 철저한 방재의식도 함께 되새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