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땅띵에서 들려온 희망 뉴스(2)

2016-08-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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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문학박사)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한국에서 국적기를 이용하면 일주일에 두세 번이지만 한 번에 네팔 카트만두까지 날아갈 수 있다. 6시간30분 가량 걸려 한 번에 가도 다시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의 길은 멀다. 네팔 국내선 경비행기를 이용하면 25분 만에 갈 수 있지만, 버스를 타면 교통체증, 점심 시간 등을 고려해면 8시간 정도 걸린다.

NGO 나마스떼코리아의 드림센터가 있는 땅띵은 건기에는 마을 앞 10분 거리까지 도로가 나 있다. 맑은 계절에는 포카라에서도 버스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우기에는 쏟아진 비와 산사태 때문에 길이 끊겨 도중에 버스에서 내려 다시 4시간반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 히말라야 산간 오지로 변한다. 아슬아슬하게 길에 걸려 있는 큰 바위가 떨어지면 누구라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길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 그래서 우기의 히말라야의 바위는 위험한 '자연 폭탄'이 되기도 한다.
김주하 대원은 산사태 등의 위험을 무릅쓰고 힘들게 땅띵을 몇 번이고 찾아오는 이유를 묻는 땅띵 주민에게 "당신들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3개월간 땅띵에서 마을 주민들을 조사하기 위해 마을 내 800가구의 문을 두드렸다. "이곳 주민들은 이제 저를 땅띵 마을 주민으로 여기는지 불평과 불만, 고충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습니다. 이제 '땅띵의 엄마'라고 불리는 이은주 대원을 통해 어머니의 힘과 여성의 권리를 보고, 하지민 인턴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열정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세상과 소통하며 의식의 발전을 이룰 수 있길 기대합니다."
 

김주하 대원(오른쪽)[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해발 1700m에 위치한 땅띵은 소수력 발전으로 밤에 전등을 겨우 켜는 정도의 문화 혜택을 받고 있지만, 최근 발전기가 고장나 전기가 전혀 없는 밤이 지속되고 있다. 학교에도 태양광이 있지만 방과후에는 문을 닫아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나마스떼코리아가 설치한 '드림센터'에는 아침부터 마을 주민들이 폴더형 핸드폰을 충전하기 위해 줄을 선다. 하지만 충전되는 전력보다 소비되는 양이 많아서 그런지 점점 성능은 신통치 않아 보인다. 이 단체는 전기판넬 설치 등의 보수 확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민 대원(가운데)[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하지민 대원은 "마을에서 직접 생활해보니, 지금까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씩씩하게 사는 다른 선배 대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산골 마을분들의 맑은 눈동자는 나에게 인생의 가치관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우리는 네팔, 아니 이 마을의 발전과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왔지만 우리나라가 급속한 발전과 맞바꿔서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우리의 기여가 자칫 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앞으로도 자만하지않고 미래를 짊어질 세대로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서로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이상적이고 타당한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말한다. 

네팔 어린이들에게 위안부, 독도, 동해 등에 대한 바른 역사를 가르쳤던 김주하 대원과 올해 일본 오사카대에 입학한 뒤 가족들의 권유로 활동을 시작한 하지민 대원은 더 많은 주민들이 드림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주민 대상 설문조사와 각종 교육 프로그램의 진행을 돕고 있다. 복사기가 없어서 포카라까지 내려가서 복사를 해야 하는 주민에게 복합기를 전한 것도 이들이다. 
 

이은주 대원[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이들은 미용사 출신의 이은주 대원과 함께 네팔 영화제, 네팔 회화전 등 각종 지부의 사무도 병행하고 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모시는 히말라야 밀란 스쿨 3학년 찬드라 마야 구릉이 계속 학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들의 일이다. 현지 여교사의 전통가옥을 함께 쓰고 있어 잠자리가 불편하고 우기에는 ‘쥬카’라고 불리는 거머리가 출몰해 무섭기도 하지만, 고마움을 표하는 학생들과 주민들의 미소로 바로 해소된다고 한다.

이은주 대원은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무한한 사랑을 느낀다. 멀고먼 이곳에 와서 이 순진무구한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스킨십을 하고 함께 깔깔 거리며 사랑을 나누는 데는 언어도 필요 없고 그 어떤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말을 못하지만 그냥 눈빛이면 충분하고 어린아이든 미물이든 그 무엇이든 귀하겨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만 있으면 모든 사물은 감동한다. 그것이 곧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며 존재의 의미"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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