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미국의 헌법과 코란

2016-08-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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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지난달 말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색적인 책자가 이름을 올렸다. 바로 미국 헌법 책자다. 국립헌법연구센터가 내놓은 52페이지짜리 책의 새삼스러운 부상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덕이다.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연단에는 미국인 변호사이자 무슬림인 키즈르 칸이 섰다. 칸의 아들은 미군으로 복무하다 이라크 전쟁 중 사망했다. 그는 연설 도중 "(트럼프) 당신은 미국 헌법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습니까? 제가 이 복사본을 빌려드리죠"라며 가슴팍에서 미국 헌법책을 꺼냈다. 그러면서 헌법에 명시된 '법 앞에서 자유와 평등 보호'를 강조했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금지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험한 차별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칸의 연설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감동적인 연설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는 이 연설을 비꼬기에 바빴고, 무슬림 입국금지 정책은 고수했다. 물론 이같은 배짱은 자신을 지지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슬로건 뒤에 숨겨진 '이민자들을 내쫓자'는 배척주의는 헌법을 넘어서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상황이다. 

비단 미국에서만 배척주의가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도 같은 맥락에 서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이민자를 향한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단순 폭력 뿐 아니라 방화, 기물파손, 흉기위협 등 수법도 다양하다.  

그뿐일까? 전세계를 공포와 비탄에 빠뜨리고 있는 이슬람국가(IS)는 배척주의의 대표적 표상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전쟁을 위해서 무고한 이들의 목숨은 손쉽게 빼앗는다. 최근 IS는 "십자가를 파괴하라"는 지령을 내리고 교황까지 테러 표적으로 삼으면서 종교전쟁까지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있을까? 지난달 일어난 방글라데시 테러의 범인들이 피해자에게 외워볼 것을 강요했던 코란에는 ‘타인과 지상에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죽이는 것은 모든 백성을 죽이는 것과 같다'라는 구절이 있다는 것을. 미국 헌법과 코란, 오래된 경전의 가르침이 다시 한번 절실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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