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고각발사에 2차전 돌입한 사드 논란

2016-07-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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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드로 요격 불가능 지적에 도마 오른 군사적 효용성

軍 “추가 분석 필요하다” 명확한 답변 회피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고각(高角) 발사하면서 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경북 성주 배치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사드 논란이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여부에 이어 군사적 효용성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고각 발사할 경우 사드로 요격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일단 시뮬레이션과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떤 지역을 특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석이 필요하다”며 “현 상태에서 ‘맞다, 틀리다’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북한의 변칙적인 미사일 고각 발사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사드로 요격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사적 효용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사드 배치 지역을 졸속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은 황해북도 황주 일대에서 스커드-C와 노동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다음날인 20일 보도를 통해 “(미사일의) 사거리를 제한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대 사거리가 1300㎞인 노동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의도적으로 사거리를 600㎞ 정도로 줄였다는 뜻이다. 600㎞는 남한 전역을 목표로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전략군 화력 타격계획’이란 제목의 한반도 지도에는 탄도미사일의 예상 타격지점으로 울산 인근 동해상과 부산 앞바다가 표시돼있다.

결국 북한이 사거리 3000~4000㎞에 달하는 무수단(화성-10)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이어 노동 미사일도 고각으로 발사한 것은 남한의 사드를 무력화시킬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주에서 사드 배치 지역인 성주까지는 직선거리로 380㎞정도 떨어져 있다. 사드의 요격 고도는 40~150㎞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150㎞ 이상 고각으로 발사할 경우 사드의 요격 범위에서 벗어나 남한 후방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경우 사드로 남한 전역의 3분의 2까지 방어할 수 있다는 군 당국의 사드 배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군 당국은 수도권 이남의 경우 사드와 패트리엇 PAC-3 미사일로 다층방어체계를 구축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패트리엇 미사일은 마하 5~6 정도로 떨어지는 미사일까지만 막을 수 있다. 노동 미사일을 고각 발사할 경우 낙하 속도는 마하 7~8 이상으로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이 불가능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고도 250㎞정도만 올려서 쏴도 성주를 지나갈 때는 150㎞ 이상 높이로 뜀틀 넘듯이 넘어가 버린다”며 “사드 레이더가 탐지는 해도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노동 미사일이 150㎞ 이하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성주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가 잡을 수 없는 후방”이라며 “사드 미사일을 쏠 수는 있지만 마주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노동 미사일을 따라가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최근 군사기밀인 수도권 패트리엇 미사일 기지와 그린파인 레이더 기지를 공개하고 괌 미군기지의 사드 포대까지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고각 발사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의혹이 대두되면서 사드 논란이 쉽게 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논란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는 수개월이 지난 후 시작될 전망이다. 문상균 대변인은 이날 “사드 부지에 대한 설계도를 만드는 기간이 아마 수개월이 걸리고 그 다음 환경영향평가하는 기간도 수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사진='국방부'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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