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위기의 나이지리아

2016-07-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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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남서부 항구도시 라고스의 빈민가 모습[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무장세력이 남부 유전을 배회하면서 송유관과 원유 시설을 파괴한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북부에서 주민 수천 명을 학살한다. 중부에서는 토지 쟁탈전이 벌어지고, 동남부에서는 수십 년 전 시작된 분리주의 운동이 다시 들끓고 있다.

이 중 하나만 일어나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만하지만 나이지리아에서는 이 모든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1년 전 집권한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은 북부 테러리스트들을 몰아내고 국가 경제를 다시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언제 이뤄질지는 요원하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남부 유정을 공격하는 무장세력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무장세력은 스스로를 나이저 델타 어벤저스라고 칭한다. 

빈곤 철폐, 인프라 개발, 경제적 평등을 요구하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방법이 유일하게 원유시설 폭파라고 주장하는 어벤저스는 올해 초부터 남부 해역을 중심으로 공격을 펼쳤고, 올해 5월 나이지리아의 산유량은 배럴당 70만 배럴 가량 줄었다.

이 때문에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원유 생산국 자리를 앙골라에 내주어야 했다. 이후 손상된 부분을 복구하면서 산유량을 20만 배럴 정도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산유량 손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편 북부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보코하람이 수천 명을 학살하고 수백만 명을 집 없는 난민으로 만들었다. 부하리 대통령은 이들을 집중 공격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긴 했지만 여전히 폭력을 뿌리 뽑지는 못하고 있다.

그밖에도 중부 지역에서는 농민들과 유목민 풀라니족이 초원지대 쟁탈을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풀라니족이 가축에게 먹일 풀을 찾아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배회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의 전투 중 수백 명이 사망했다. 나이지리아 관리들은 기후 변화와 인구 급증으로 목초지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1967년부터 시작되어 1970년까지 3년 동안 무려 100만 명의 희생자를 냈던 비아프라 분리주의 운동도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경찰과 시위대는 계속 충돌했으며 분리주의자들은 브렉시트 스타일의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나라 전역의 위기는 부하리 대통령 집권 이후 수십년래 최악의 경제난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남부 나이저 델타를 중심으로 한 파괴적 행동은 현지 도시와 빈민가를 관통하는 국민들의 분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즈(FT)는 분석했다. 

남부에 매장된 원유로 얻은 수입은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정치인들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데 이용되고 실제 남부 주민들은 전기나 식수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처절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또한 남부 주민들은 북부 이슬람 출신인 부하리 대통령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부하리 대통령은 원유로 오염된 나이저 델타 지역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벤저스 활동이 과격화되면서 돌연 방문을 취소했고 지역 주민들은 더욱 소외감을 느꼈다.

10년 전 나이저 델타 지역에서 일부 무장세력들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에는 3만 여명의 무장 군인과 주민들에게 현금과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사면 프로그램을 통해 상황을 수습했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이 같은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말 부하리 대통령은 앞으로 2년에 걸쳐 프로그램 운영히 폐지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어벤저스의 부상과 이 시기가 겹치긴 하지만 원인을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미 주민들에게 돌아갈 보조금은 지역 관리들이 횡령하고 직업 훈련은 사실상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이저 델타 빈민촌에 사는 한 베밍고 말은 현지 주민들의 암울한 상황을 대변한다. 그는 “송유관을 폭파시키고 싶으면 지금 당장 할 수도 있다. 어차피 좋은 행동을 한다고 해도 보상을 못 받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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