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국립오페라단, 죽는 것이 사는 것이다

2016-07-1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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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 부임한지 1년 지났지만 잡음만 많아

외국 오페라는 국립 단체가 아닌 극장이 주도적 역할

[사진=박현준 한강 오페라단장]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부임한지 1년이 됐다. 많은 오페라인들은 신임 단장의 등장을 반대하고 많은 우려를 나타냈지만,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현장과 여론을 간과한 인사 스타일에 막혀 잠시 뜻을 접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항하는 김학민 호의 항해를 어쩔 수 없이 지켜봤지만, 항해를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우려했던 대로 신임 항해사의 항해는 출항부터 지금까지 순탄치 않아 보인다. 항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듯하다. 래퍼토리 변경과 캐스팅 관련 오디션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들려온다.

김학민 단장은 한국 초연인 오페라 ‘루살카’를 직접 연출까지 했는데, 그 명분이 옹색하다. 성악가가 국립 단장이 돼 그 무대에서 노래한다면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오페라계에는 세계무대를 누벼온 많은 성악가, 베테랑 연출가 등 수많은 오페라인들이 있다. 경험이 일천한 김 단장이 이런 집단을 관장하는 구조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게 되는 요인으로 보인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관장할 수 없듯이 말이다. 김종덕 장관은 김학민 단장이 자기예술을 하기 위해 국립오페라단의 항해사를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크 오페라에 대해 얘기해보자. 실험적인 오페라는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실험을 국립오페라단의 인력과 예산으로 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실험과 경험을 위해 국립예술단체를 유용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소극장과 아카데미를 개설해 바로크 오페라와 실험적인 오페라를 공연하고 공부하는 것이 맞다.

현명한 경영자일수록 주변의 협조를 구하고 협력해 미래를 계획한다. 김학민 단장도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협력을 구해야 남은 기간 좌초하지 않고 순항은 아니더라도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이제는 국립오페라단의 해체를 논할 때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극장이 오페라를 주도하고 있다. 시즌 중심의 공연이 주를 이루고 그 외에는 오페라 페스티벌을 개최해 실내와 야외에서 문화를 상품화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 이는 도시의 브랜드로 자리 잡아 오페라의 역사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립오페라단을 해체하고 극장 중심, 페스티벌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국립에 들어가는 예산을 확충하고 분배해 여러 단체가 참여하는 무한경쟁의 생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을 형성하고 상품화해 관객이 모이고 그 관객들이 뜨거워질 때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대세인 지금 오페라 뿐 아니라 공연 예술계 역시 민간주도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오페라 페스티벌도 죽어야 산다.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올해로 7회째를 맞이했다. 하지만 페스티벌이라고 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몇 개 단체가 격년제로 돌아가면서 나눠먹듯이 한다.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출연자들이 출연료를 티켓으로 받거나 거액에 티켓을 팔아 단체에 준다. 심지어 그것이 출연 조건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페스티벌에 선정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명백히 말하면 오페라단은 단체라고 보기 어렵다. 민간 오페라단은 단장 한사람과 사무직원 1~3명 정도로 이뤄져 공연 기획사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심지어 이런 사무실조차 없는 단체도 있다. 단장 한 사람이 전부인 단체도 많다.

국립을 제외한 우리나라 오페라의 현실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개인의 기능은 세계화돼 있지만, 생산라인과 유통 마케팅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새판을 짜야 할 때다. 본연의 역할을 못하는 국립 오페라단도, 오페라페스티벌도 죽어서 거름이 돼야 한다. 땅을 새로 일궈 건강한 영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 방법만이 죽어가는 오페라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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