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힐러리 클린턴과 경쟁을 벌였던 버니 샌더스가 공동유세에서 경선 종료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선거운동본부와 샌더스 선거운동본부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12일 오전 9시 뉴햄프셔 주 포츠머스에서 열리는 민주당 집회에 클린턴과 샌더스가 함께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두 후보의 핵심 주장을 합친 표현으로, '함께하면 강하다'는 힐러리의 공식 선거구호이며 '상위 1% 계층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 건설'은 샌더스가 경선 때 내세웠던 대표적인 주장이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지난달 14일 끝났다. 당내 대선후보 선출 권한을 가진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한 클린턴이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간주되고 있다.
샌더스는 지난달 16일 인터넷 연설에서 클린턴과 "민주당의 변화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식으로 클린턴을 지지한다는 선언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치 분석가들은 샌더스의 정책들 중 상당수가 민주당의 정강정책에 수용된 점이나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문을 감안하면 샌더스가 경선을 끝내겠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도 12일 공동유세에서 샌더스가 클린턴 지지 선언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일제히 전망했다.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열린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정강정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연방정부 기준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시간당 15달러(약 1만7300원)까지 올리는 등 샌더스의 여러 요구사항이 반영됐다. 샌더스 선거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의 정책 중 80%가량이 관철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얼마 전 공개된 초안에서 선언적 의미로 시간당 15달러가 언급됐던 것보다 진전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클린턴 측은 시간당 12달러까지 최저임금을 높이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민주당 정강정책에서 샌더스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또 다른 분야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예산 지원 확대다.
현재 시행되는 '오바마케어'보다 보험 적용 치료의 범위를 키우는 것은 물론, 메디케어(노령층 의료 지원)의 적용 연령을 65세에서 55세로 낮추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런 사안들과 달리, TPP에 대해서는 "TPP를 비롯한 모든 무역협정이 환경과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고, 반드시 필요한 처방약의 구입 기회를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클린턴 측의 입장이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TPP 문제에서 클린턴과 샌더스의 견해가 충돌하지만 샌더스의 클린턴 지지선언을 파기할 만큼 결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샌더스는 지난주 '블룸버그 뷰즈'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꺾고 힐러리 클린턴을 선출하기 위해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4년'을 어떻게 견딜지(survive)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할 때 이번 공동유세에서 샌더스가 경선종료와 함께 클린턴 지지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선거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