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쿠바의 '블랙코미디'와 北 소녀의 '태양아래' 눈물

2016-07-0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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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외교안보팀 기자. [사진=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뜨거운 태양 아래 럼(rum)과 시가(cigar)를 즐기며 골목골목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 영화 속 클래식카(car)가 그대로 도로위를 내달리는 자동차 박물관 같은 도시.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우리나라와 관계가 끊긴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지난달 초 한국 기자로는 최초로 취재비자를 받고 방문했다.

쿠바와 한국은 미수교 상태로, 이번 한·쿠바 외교수장의 첫 회담으로 양국은 중대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한·쿠바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있기 직전까지도 쿠바와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북한의 견제가 있었고 때문에 기자들은 회담 사실을 엠바고에 붙여야 했다. 회담 이후인 지금도 북한은 쿠바 껴안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자가 아바나에서 본 쿠바는 북한과 닮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은 나라다.

외부와의 단절로 오래된 고철 덩어리 자동차가 미끈한 몸매를 과시하는 '클래식카'로 변장술을 발휘하고, 가난한 정부가 손 쓸 수 없어 수백년된 스페인 식민지 건물들이 폐허처럼 방치돼 앙상한 뼈를 드러나고 있지만, 관광객의 눈에 '고풍스러움'으로 포장될 수 있는데는 쿠바인의 '미소'가 한몫 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외부와 차단이 돼 있고 가정에서의 인터넷 사용이 불법일 정도로 아날로그 사회인 쿠바는, 전국민 배급제로 노동자 평균 월급이 30쿡(우리의 3만5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자유로운 그들은 뜨거운 카리브해의 '션샤인(sunshine)'으로 검게 그을린 피부에 흰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을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특히 자신들의 고된 생활상과 평등하지만 가난한 사회주의의 그림자를 블랙코미디로 승화한다.

반면 북한의 우리 동포들은 어떤가.

애석하게도 미소가 아닌 어린 소녀의 눈물로 북한의 민낯이 그대로 세상에 드러났다.

지난 5월 초 열린 북한의 제7차 당대회에 북한 당국이 평양에 불러들인 미 CNN과 영국 BBC 같은 서방 유력 언론을 통해서다.

북한은 김정은의 강한 나라를 알리려는 의도였지만 벽안(碧眼)의 기자들의 눈에는 장막안에 가려진 연출된 모습뿐이었다.

북한 당국의 초대를 받고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준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으려 방북한 러시아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8세 소녀 진미의 일상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주인공인 소년단 여자아이를 닦달해 김정은 체제를 미화하려는 북한 당국과 그런 강압에 어쩔 줄 몰라 하다 김일성·김정일 찬양시를 암송하며 눈물을 터트리는 진미의 영혼 없는 얼굴은 그대로 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에 담겼다.

외부와 차단된 두 나라, 태양아래 하얀이 드러내며 활짝 웃는 한 곳과 어린 소녀의 눈물이 사회를 대변하는 또 다른 한 곳.

8살 소녀 진미의 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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