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돈은 안 내도 돼. 내 돈으로 1만원 넣을게. 가입만해줘."
출시 3개월 맞은 '만능통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증권사 영업맨에게는 여전히 골치다. 계좌유치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실적을 올리느라 사비까지 쓰는 지경이다.
B씨는 "윗선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직원 사이에 팽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C증권사에 다니는 D씨는 ISA 할당량을 못 채워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지인에게까지 가입을 부탁하고 있다.
D씨는 "그래도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은 비슷한 처지라 잘 이해해주는 편"이라며 "조금 민망해도 위에 눈치가 보여 어떤 방법으로든 할당량을 채우려 한다"고 털어놨다.
압박에 못 이긴 일부 증권사 직원은 지인에게 ISA 최소 가입액인 1만원을 대신 넣어주는 조건으로 가입을 권하고 있다. 이를 테면 가입 사례금을 주는 것이다.
실제 최근 증권사 점포 앞에서 영업사원이 지인 손을 붙들고 들어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ISA 출시 직후에 자주 보였던 모습이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달 30일 금융투자협회에서 ISA 가입자 수를 내놓으면서 실적이 저조한 증권사와 은행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은행에 비해 가입자 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출시 3개월째를 맞는 6월 중순까지 가입자 수를 최대한 늘리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 자료를 보면 ISA는 3월 14일 출시 이후 5월 27일까지 209만816명이 가입했다. 가입액은 총 1조8033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증권사에서 ISA를 가입한 고객 수는 21만7578명(10.4%)에 그쳤다. 누적 가입액도 5609억원(31.1%)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