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좋은 한 편의 환경영화는 생각을 바꿔준다

2016-05-2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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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환경재단 최열 대표]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환경재단 대표 최열= 환경에 관심을 가진 지 꼭 40년이 되었다. 1975년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했다. 나는 우리나라도 산업화, 도시화되면 필연적으로 공해문제가 심각해지고 환경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같이 있던 동료들에게 나가면 환경운동을 하겠다고 했더니 한 동료가 “공해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며 농담 섞인 말로 거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환경단체를 만들고 많은 공해현장을 찾아 다녔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대학으로 직장으로 종교단체 등으로 다니며 수많은 강연을 했다. 또 지구의 날 행사, 환경음악회, 사진전 등 문화적인 방식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런 시간을 보내며 시민과 학생들에게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데 가장 좋은 것은 문화적인 방식의 접근, 그 중에서도 영화를 통한 전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 2002년 6월, 스위스에서 열린 ‘지구의 벗 세계대회’에서 당시 몸담고 있던 환경운동연합이 ‘지구의 벗’의 회원으로 승인되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약속을 했다. “21세기는 환경과 문화 그리고 여성의 시대가 된다. 그 중에서도 환경문제는 국경이 없다. 하늘, 바다, 철새가 국경이 없듯이 환경운동도 국경이 없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세계 각국에서 만든 환경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을 모아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환경영화제를 만들어 해마다 좋은 영화를 상영하겠다.” 총회에 참석한 50여국의 대표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국내에 돌아와 환경영화제를 추진하기 위해 영화제 스태프를 꾸리고, 2004년 첫 번째 서울환경영화제를 열었다. 영화제를 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 세계 좋은 환경영화를 모으고, 번역하고, 자막을 붙이고, 상영장비를 구하고, 상영관과 부대행사를 준비하면서 다른 어떤 일보다 많은 이들의 손길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몇 년 전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만난 적이 있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냐는 질문을 했더니 아마존 유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이 숲을 지키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답변했다. 천만 영화 ‘해운대’를 만든 윤제균 감독을 만났을 때도 그는 지구온난화의 피해가 한반도를 덮치는 모습을 그린 환경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난 2월에는 오스카상을 수상한 리오나도 디캐프리오가 수상소감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지구를 위한 목소리가 탐욕의 정치에 묻히지 않게 하자고 말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었다.

좋은 한 편의 영화는 한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고, 자연환경에 대한 올바른 철학을 심어줄 수 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영화 한 편 보는 것은 점심 한 끼 먹는 것처럼 생활화되어있기 때문에 영화만큼 그들에게 환경문제를 알리는 데 좋은 매개체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환경영화라고 하면 무겁고 어둡고 불편한 주제를 떠올리며 그것들과 맞닥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환경은 더 넓은 의미에서 봐야 한다. 사실 환경문제의 범위는 너무나 넓다. 먹거리부터 물과 토양,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그리고 요즘 크게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까지. 우리를 에워싼 모든 것, 즉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모든 것이 환경문제와 닿아 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해를 거듭해 지난 5월 12일 13번째 행사를 마쳤다. 올해에는 전 세계 111개국에서 1300여 편의 영화가 출품되었다. 이처럼 많은 환경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이번 영화제에서는 45년 전 소수의 환경운동가들이 당시 미국 닉슨 대통령의 핵실험을 반대하기 위해 오래된 어선을 타고 알래스카 암치카 섬으로 떠나게 된 것이 시작이 되어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로 탄생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서울환경영화제 국제환경영화경선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한국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많이 일어남에도 당장의 급한 문제들에 환경문제와 같은 중요한 문제가 뒤로 밀리고 있다. 영화를 보게 되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켜내는 소수의 믿음이 결국은 홀씨처럼 퍼져 세상을 바꾸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자극적이고 가벼운 상업영화보다 감동적인 환경영화 한 편이 우리에게 희망적인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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