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연일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해운·조선업종의 구조조정이 추경 편성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추경 가능성을 부인했다가 지난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필요하다면 그렇게(추경) 할 수도 있다"면서 말을 바꿨다.
아울러 지난 2일에는 한은이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전제로 '사회적 합의'나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는 질문을 받고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으나 4일에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겠다고 강조했다.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한은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일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언급해 정부의 방안에 동의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지난 5일 독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출자보다 대출이 적합하다"며 출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2009년 조성했던 은행자본확충펀드 방식을 거론했다.
이어 그는 지난 6일 독일 출장에서 귀국하면서 "자본확충펀드가 한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라고 다시 한발 물러서며 "모든 방안을 협의체에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경제·금융당국 수장의 오락가락한 발언들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확산시키고 구조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나오는 방안들은 상당히 기술적인 이슈들이므로 충분한 협의를 하고 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속히 협의체를 구성해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에 대해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줄곧 밝혀왔으며 이런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추경도 모든 방안에 들어가는 것이며 야당이 추경에 협조적이라면 당연히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도 "협의체에서 모든 방안을 놓고 논의하겠다는 것이 이 총재와 한은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한은이 해야 할 역할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